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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무차별 퍼져나간 신상정보… 자살 부른 ‘소곤소곤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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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무차별 퍼져나간 신상정보… 자살 부른 ‘소곤소곤 뒷담화’

김정훈 기자 입력 2018-11-16 03:00수정 2018-11-1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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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어린이집 교사, 압박감에 극단 선택”… 경찰, 6명 檢에 곧 송치
‘아동학대범’이라는 비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 김포시 어린이집 교사 A 씨(37·여)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맘카페에 올라온 글 1개가 단초가 됐다. ‘A 씨가 원생을 밀었다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맘카페 등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됐고, 실명을 포함한 개인 신상정보까지 퍼져 나간 것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 원인이 됐다.

정보를 유포한 당사자들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 없이 아는 사람에게 소곤소곤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게 됐다. 경찰은 A 씨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어린이집 관계자, 타 원생 부모, 카페 회원 등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1일 인천 검단지역 맘카페에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밀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이었다. 게시자 B 씨는 “당시 현장을 목격했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112신고를 하기도 했다. B 씨는 지인인 C 씨에게 자신의 목격담을 전하며 김포지역 맘카페에도 해당 내용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C 씨는 어린이집 이름을 적시해 김포 맘카페에 관련 글을 올렸다.

이때부터 아동학대 의혹은 커지기 시작했다. 김포 맘카페에서 C 씨의 글을 본 한 원생의 부모 D 씨가 해당 어린이집에 전화해 “피해 아동이 누구냐”고 묻자 어린이집 관계자는 당시 경위를 설명하며 A 씨의 실명을 언급했다. 이에 D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원생 부모 E 씨에게 A 씨의 실명을 전했고, E 씨는 다시 지인 B 씨에게 알려줬다. 순식간에 정보가 돌고 돈 것이다.

확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 씨는 A 씨의 신상정보를 지인 C 씨에게 또다시 전달했다. 그러자 C 씨는 자신의 글에 ‘교사가 누구냐’고 댓글을 달았던 원생 부모 3명과 어린이집의 다른 관계자 1명에게 카페 쪽지를 통해 A 씨 신상정보를 알려줬다. 이후 A 씨의 소속 어린이집과 실명 등 관련 정보가 맘카페 등을 통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원생 부모와 카페 회원들이 어린이집에 집단적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가 맞았느냐’ ‘여교사 평소 행실이 어땠느냐’고 항의하는 등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여교사의 정보를 최초로 유출한 어린이집 관계자, 그에게서 들은 정보를 지인에게 알려준 D 씨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 법은 당사자 동의 없이 실명 등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정보 유포엔 가담하지 않았지만 관리 책임을 물어 같은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다.

검단 맘카페와 김포 맘카페에 관련 글을 올린 B 씨와 C 씨에 대해선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법에는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남기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A 씨를 직접 찾아가 머그잔에 담긴 물을 뿌린 혐의 등으로 A 씨 유족이 고소한 학대 의심 원생의 이모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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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심사숙고하지 않고 지인과의 관계만 생각해 신상정보를 알려줄 경우 생길 수 있는 비극”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소곤소곤 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무차별 퍼져나간 신상정보#김포 어린이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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