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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강경파에 휘둘리는 민노총, 노동계 ‘맏형’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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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강경파에 휘둘리는 민노총, 노동계 ‘맏형’ 자격 없다

전성철 정치부 차장 입력 2018-11-13 03:00수정 2018-11-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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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정치부 차장
“사회개혁 앞당기려면,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심 서야.”

“지금이 경사노위 참여 적기, 어떻게든 대의원 설득하겠다.”

지난달 15일 진보 성향의 두 매체에 동시에 실린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두 매체가 별개로 진행한 인터뷰인 까닭에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큰 주제는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옛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의 손목을 비틀어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노사정위를 악용”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경사노위 논의 틀에는 민노총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이유였다. 또 민노총 내부에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인 이들이 있지만 “사회적 대화 참여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경사노위 참여 시도는 신문지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무산됐다. 민노총은 김 위원장의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강원 영월군에서 임시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참석 대의원 수가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에 미달해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민노총 대의원대회 표결 무산이 산하 노조의 중요 행사 일정과 겹친 탓인지, 행사 장소가 외진 곳이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론짓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민노총의 책임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은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첫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연내에 입법하자며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해줄 것을 요구하자 강경 비판 노선으로 돌아섰다. 특히 김 위원장의 확 바뀐 태도는 당혹스럽다 못해 민망하다. 지난 주말 민노총 주최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자본가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려 한다” “재벌체제 청산과 사법농단 세력 처벌만이 진정한 촛불 세상”이라며 21일 총파업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불과 4주 전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해 노사정이 협의하고 대중의 공감대를 모아 국회가 수용하게끔 해야 한다”고 했던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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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경파에 다시 끌려가는 민노총의 모습은 (아마 민노총 스스로도 잊고 싶어 할) 2005년 2월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민노총은 노사정 대화 복귀를 반대하는 강경파의 반발로 대의원대회가 파행하며 깊은 내상을 입었다. 달라진 점은 소화기와 시너를 들고 싸우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민노총 조합원은 8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5%도 채 안 되는 수치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노조가 속해 있어서 그간 노동계의 ‘맏형’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경사노위라는 큰 사회적 대화의 장에 굳이 민노총을 노동계 대표로 초청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집안 살림 걱정은커녕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 맏형을 가족들이 계속 어르고 달랠 이유가 있을까.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항상 논쟁하고 싸우고 대화에 빠졌다가 참가했다가 한다. 아무리 노사정 관계가 삐거덕거려도 사회적 대화 자체를 포기하진 않는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많은 이가 민노총에 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전성철 정치부 차장 dawn@donga.com
#경제사회노동위원회#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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