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질 일자리 寶庫 금융산업 ‘숨은 규제’에 숨 막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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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언으로 유럽 금융의 중심이었던 런던이 흔들리자 자국의 도시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기 위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도쿄를 국제금융도시로 키운다는 목표로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 자격 완화, 금융특구 지정,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지원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가 자국 도시를 고(高)부가가치 산업이자 양질의 일자리 보고(寶庫)인 금융 산업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인 한국은 50대 순위에 들어가는 은행 하나 없다. 이것이 우리 금융 산업의 현주소다. 한국에서 금융은 늘 집값 잡기, 중소기업 지원대책 등 정부 정책의 수단이나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보조 서비스 기관처럼 동원되기 일쑤다. 각종 규제와 감시, 낙하산 인사의 대상일 뿐 금융 산업을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독립 산업으로 보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게 금융 산업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러니 금융 산업이 갈수록 활력을 잃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기는커녕 한국 경제에서 금융의 비중이 주는 것은 당연하다. GDP에서 금융 산업의 비중이 2004년부터 12년간 5%에 머물다가 지난해에는 4.96%까지 줄고 전체 취업자 가운데 금융업 취업자 비율도 지난해 2.96%로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금융 산업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개발시대 관치금융의 잔재를 씻어내지 못하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엄연히 민간 기업인 은행 카드사 등에 대해 대출금리나 수수료를 내리라며 가격 통제를 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는 각종 세금 혜택 등 공공기관만이 가진 경쟁력을 내세워 카드결제 서비스를 직접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가 금융회사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응답자의 75%가 ‘규제개혁’(복수 응답)을 꼽았다. 특히 법이나 시행령 같은 드러난 규제 못지않게 행정지도 같은 ‘숨어 있는 규제’(55%)가 금융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호소했다. 예컨대 국내 증권사가 투자은행(IB)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발행어음 인가가 핵심인데, 이를 두고 금융감독원도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1년째 심사를 미루는 상황이다.

금융 산업은 제조업을 비롯해 모든 산업의 핏줄이자 정보기술(IT)과 결합해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는 현대 시장경제의 꽃이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가 금융 산업에서 대거 창출된다.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먼저 피가 돌아야 하듯이 한국 경제도 활력을 되찾고 강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한 금융이 필수 조건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과감히 금융 규제를 털고 금융 산업의 미래를 위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브렉시트#gdp#금융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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