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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세진]‘클린 디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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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세진]‘클린 디젤’의 종말

정세진 논설위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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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이민자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루돌프 디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1890년대 소상공인도 쓸 수 있는 엔진 개발에 나섰다. 당시 사용되던 증기기관은 발생한 열의 10%만 에너지로 전환돼 크고 비쌌다. 디젤은 경유를 이용해 에너지 전환율이 25%가 넘는 디젤 엔진을 내놨다. 경유의 영어 표현인 디젤 연료도 그의 성에서 나왔다. 그러나 소망과 달리 군용 차량부터 장착됐고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선봉에 선 러시아제 탱크 T34에도 사용됐다.

▷역한 냄새, 요란한 소음에도 연비와 힘이 좋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유럽인은 1970년대부터 디젤 승용차를 탔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휘발유를 쓰는 가솔린 엔진보다 경유를 쓰는 디젤 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가량 적다는 점에 착안해 2005년경부터 ‘클린 디젤’이라고 내세웠다. 폴크스바겐 광고에서는 차가 10만 마일을 달릴 때마다 엔지니어들이 천사로 변한다. 지구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도 2009년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세제 혜택을 줬다. 하지만 원래 유황 성분이 많은 경유는 고온·고압 과정을 거쳐 연소되면서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를 휘발유차보다 훨씬 많이 뿜어낸다. 유럽 차들이 후처리 장치로 이를 해결했다지만 2015년 폴크스바겐이 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약 90%가 디젤차에서 나오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10년 만에 클린 디젤 정책을 폐기하고 디젤차를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8일 선언했다. 유럽도 디젤차 퇴출을 시작했지만 이미 엄청난 돈을 챙긴 독일 회사들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5년부터 승용차의 디젤 모델을 내놨다가 본전도 못 챙기고 철수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업계도 뒤늦게 디젤 정제 시설을 늘려 상투를 잡은 격. 그러나 디젤차 퇴출 선언만으로 차량 미세먼지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경유 트럭 등은 대체할 차량도 마땅치 않다. 당분간 ‘클린 디젤의 저주’는 계속될 듯하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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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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