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208명 아직 대피소에…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나요”
더보기

208명 아직 대피소에…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나요”

박광일 기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0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위클리 리포트]포항지진 1년… 이재민들은 지금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에서 주민들이 TV를 보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곧 추위가 닥치는데도 여전히 91가구 주민 208명은 체육관에 임시 거주하며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입구를 가로막은 쇠사슬에는 붉은 글씨로 ‘폐쇄’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아파트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외벽과 창문이 깨지거나 금이 가 있었고, 현관문이 바닥에 떨어진 곳도 있었다. 방범창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곳도 있어 그날의 충격을 실감케 했다.

대성아파트는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진앙에서 반경 3km 안에 있어 피해가 컸다. 건물 6개 동 가운데 4개 동이 전파(全破·전부 파손) 판정을 받았다. 주변의 경림뉴소망타운과 대웅파크 1, 2차 등 5개 단지도 전파 판정을 받았다. 모두 주민들이 떠난 뒤 폐허처럼 방치된 상태여서 동네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당시 지진으로 135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고 주택과 상가, 공장 등 5만6566채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85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793가구 1990명이 임시거주지로 거처를 옮겼고, 아직도 91가구 208명이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5만6566채 가운데 소파(小破·일부 파손) 판정을 받은 5만4139채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복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공동주택 6개 단지를 포함해 전파나 반파(半破·절반 파손) 판정을 받은 주택 956가구는 아직 복구가 더딘 상태다. 얼마 전 재건축이 확정된 대동빌라 4개 동 중 1개 동만 철거가 이뤄졌을 뿐이다.

15일이면 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지만 그날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 1년째 대피소 못 떠나는 주민들

“여기 좀 보세요. 시멘트가 다 깨져서 안쪽에 벽돌이 그대로 보이는데 불안해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시에서는 괜찮다고 고쳐서 살라는 말만 합니다.”

대성아파트에서 한 블록 떨어진 한미장관맨션에서 만난 윤성일 씨(67)는 아파트 외벽이 부서진 곳을 가리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윤 씨는 “어떤 집은 천장이 내려앉아 방문이 닫히지 않는 곳도 있고, 벽에 금이 가서 비만 오면 물이 새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5호 태풍 콩레이 상륙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4개 동 240가구 중 61가구의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주요기사

한미장관맨션도 건물 외벽 곳곳이 파손돼 있었다. 이 때문에 동마다 주변에 그물망 형태의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주민들이 외벽에서 떨어진 잔해에 맞아 다치거나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미장관맨션은 올해 1월과 4월 포항시가 두 차례 전문업체에 의뢰한 정밀점검에서 동마다 B등급 또는 C등급이 나와 소파 판정을 받았다. 전파나 반파는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소파는 수리 지원금만 일부 지원된다.

이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흥해읍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구호소에서 아직도 이재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체육관에는 텐트 250여 개가 설치돼 있다. 현재 체육관에 등록된 이재민은 91가구 208명이다. 이 중 82가구 195명이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체육관에 상시적으로 머무는 주민은 30∼5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체육관 출입문 위에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텐트 곳곳에는 주민들의 수건과 옷가지가 널려 있었고, 주변에 세면도구와 생활용품도 놓여 있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 김모 씨(73·여)는 아픈 어깨를 두드리며 텐트에서 나왔다. “체육관에 1년을 살다 보니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하루 빨리 안정된 주거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합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전문 업체에 의뢰한 정밀점검에서 반파 또는 전파에 해당되는 D, E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결과가 다른 것은 포항시가 의뢰한 점검은 아파트 신축 당시인 1988년 설계기준을, 주민들이 의뢰한 점검은 2016년 설계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최신 기준을 적용해 주거지원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건축 안전성은 법적으로 건물 설계 당시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며 “대성아파트와는 달리 기둥 등 주요 구조체에 문제가 없어 동당 공동수선 지원금으로 3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재건축, 재개발도 막막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에서 주민 윤성일 씨가 아파트에 설치된 안전펜스를 가리키며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건물 곳곳이 파손됐지만 ‘소파’ 판정을 받아 주민들이 대체 주거지 등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항=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집이 전파나 반파 판정을 받아 주거지원을 받은 주민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부서진 공동주택의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 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분담금이 필수인데 주민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이어서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임시 주거지원은 2년까지여서 만약 지원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사비를 들여 거처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포항시 전체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5만6566채 가운데 주거지원 대상은 전파 주택 671가구와 반파 주택 285가구를 포함해 956가구다. 이 가운데 793가구, 1990명이 주거지원을 희망해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민임대주택 또는 가건물 형태의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입주하거나, 1억 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았다.


흥해초등학교 옆 공터에 마련된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는 27m² 규모의 가건물 임시주택 31동에 65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로 인근의 경림뉴소망타운이나 대성아파트 등에 살면서 농사를 짓던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주단지에서 만난 경림뉴소망타운 주민 이모 씨(83·여)는 “친척집에 있다가 3월에 이곳에 왔는데 가건물이다 보니 여름에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며 “올겨울은 더 춥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주민은 “지금까진 전기요금이 무료였는데 앞으론 내야 한다고 하더라”며 “2년 안에 새집을 지어 나가야 하는데 언제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억대에 이르는 가구당 분담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포항시가 최근 연구용역을 한 결과 가구당 1억2000만∼1억5000만 원의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 50대 주민은 “아파트 한 채당 가격이 5000만∼6000만 원 수준인데 1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 도시재생사업에 거는 기대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기의 희망은 조금씩 싹트고 있다. 전파된 공동주택 6개 단지 가운데 북구 환여동에 위치한 대동빌라는 최근 재건축이 확정됐다. 부영그룹은 지난달 31일 포항시와 대동빌라 주택정비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1996년 3층짜리 4개 동, 81가구 규모로 지어진 대동빌라는 지진의 피해를 입어 건물 곳곳이 파손됐고, 전파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을 원했던 주민들은 스스로 협의회를 구성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해 발을 굴렀다.

이런 가운데 부영그룹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재건축 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부영그룹은 포항 지진 당시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 52채를 전세임대주택으로 제공해 이재민의 신속한 이주를 돕기도 했다. 부영그룹은 대동빌라를 2개 동 121채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이번 사업 추진을 계기로 지진 피해 지역의 정비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지진 발생 이후 지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인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도 특별재생사업 조항이 포함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했다.

포항시는 흥해읍 구도심 120만 m²를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하고 최근 국토교통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달 중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는 490억 원 규모로 주택 정비와 상가, 공장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흥해읍에서 전파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은 포항시가 직접 매입해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 등 거점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집을 포항시에 판 뒤 그 돈으로 직접 새로운 거처를 구해야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특별재생사업을 비롯한 지진 극복 사업은 주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주민들과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포항지진#대피소#이재민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