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 “CVID” 한목소리… 대북 제재 완화에 선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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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럽 순방 마치고 귀국

‘코펜하겐 행동선언’ 서명 2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대니시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코펜하겐 행동선언’이 적힌 
벽면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 성명은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펜하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코펜하겐 행동선언’ 서명 2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대니시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코펜하겐 행동선언’이 적힌 벽면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 성명은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펜하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유럽 순방은 성공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순방에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앞에 놓인 높은 ‘현실의 벽’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핵심 국가 정상들을 대상으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가 분명해지면서 갈등의 불씨만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 교황 방북 의지 확인 성과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방을 꼽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종전선언을 두고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의 방북이 평화체제 구축 구상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유럽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였던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녹색성장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목적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대북제재 완화 ‘두꺼운 벽’ 확인

하지만 유럽 순방의 또 다른 키워드인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는 사실상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영국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위한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선 CVID는 물론이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촉구와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경제발전을 위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는 문 대통령의 설득에도 유럽 서구의 북한에 대한 높은 ‘불신의 벽’을 실감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CVID는 유엔의 공식 입장”이라며 “유럽에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의지를 전한 만큼 대북제재 문제를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말했다.

○ 커지는 한미 시각차 우려도

유럽 순방에서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가 표면화된 건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미 간 힘겨루기가 다시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보상 조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을 두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해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CVID 표현을 넣는 문제를 놓고 한국의 이견으로 한-유럽연합(EU) 공동성명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공동성명 초안에는 ‘북한에 대해 CVID를 계속 요구해갈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정상국과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CVID라는 표현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었다”며 “공동성명이 무산된 것은 이란 핵협정 및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러시아의 입장에 반하는 내용을 넣자는 요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코펜하겐=한상준 기자
#유럽 정상들#cvid#대북 제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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