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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허버드]초유의 ‘톱-다운’ 비핵화, ‘채찍-당근’ 수준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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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허버드]초유의 ‘톱-다운’ 비핵화, ‘채찍-당근’ 수준도 높여야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입력 2018-10-19 03:00수정 2018-10-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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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 南北, 北美 정상 만난 이후 대화무드로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北 비핵화 의지…굳건한 한미공조 없이는 도출 어려워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대담한 꿈은
지금까지 이어온 한미공조 있어야 가능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나는 최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 외교협회의 청중에게 소개하는 영예를 얻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한 직후였다. 나는 다른 연사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바탕으로 평화를 건설하는 기회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실로 먼 길을 걸어왔다. 1년 전 우리는 북한이 점점 더 위협적인 핵무기와 미사일을 시험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걱정해야 했다. 북한이 도발적인 핵·미사일 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지 이제 1년이 다 됐고 우리는 전쟁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례가 없는 최고위급 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전례 없는 동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가 가기 전 사상 첫 서울 방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와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은 내게 북한의 변화에 대해 낙관적이냐고 자주 묻는다. 나는 대화를 시작하게 돼서 다행이지만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해석하기엔 여전히 이르다고 답한다.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의 회담을 통해선 국제적인 관심사인 비핵화보다는 남북 관계에서 더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판문점과 평양에서 도출된 남북 공동선언문은 남북 화해와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신뢰 구축 조치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좋은 소식이지만 북한은 이제까지 애매모호한 비핵화 약속만 했다. 그것도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아직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이 ‘상응 조치’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것이 없다. 문 대통령의 주도하에 남과 북이 비핵화를 이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싱가포르에서보다 더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지 않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둘째, 일련의 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더 굳건하게 공조해야 한다. 양국의 이해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면밀하게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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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라는 대담한 꿈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없이는 이뤄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라는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지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양국은 북한과의 중대한 대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시점, 그리고 한미 연합훈련 재개 시점 등을 둘러싼 긴장이 한미 간 연대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유례가 없는 수준의 ‘톱다운’ 협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이 어려운 북한 지도자와 이 같은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과 핵무기를 동시에 원한다고 분석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앞에 놓인 근본적인 도전 과제는 그가 경제 발전과 핵무기를 동시에 가질 수 없으며, 핵무기는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열망과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따뜻한 분위기 그 이상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채찍’과 ‘당근’ 조합을 바탕으로 한 동맹 간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전쟁 위기설#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한미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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