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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이국종이 기록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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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이국종이 기록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

김민식 기자 입력 2018-10-17 03:00수정 2018-10-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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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의 경험 ‘골든아워’에 담아

‘골든아워’ 저자 이국종은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다. 이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95년 아주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병원에서 외과 전문의가 됐다. 2002년에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외상외과 전임강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2007년에는 로열런던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선진국의 중증외상환자 치료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려고 애썼다. 2005년 논문에서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내 중증외상센터 건립안의 기초 자료가 됐다.

저자는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짧은 휴식 시간마다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과 병원의 일상, 환자들의 사연,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록해왔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적어 내려간 글은 그동안 ‘이국종 비망록’으로 일부 언론에 알려졌다. 이 글은 5년간의 집필, 2년 반의 수정과 편집 과정을 거쳐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 교수의 ‘골든아워’는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기록이다.

책은 외과의사 특유의 시선으로 현장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사고 현장과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절함이 그대로 묻어 났다. 한 단어 한 문장에도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그의 비망록은 서늘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분투와 참담함이 성마르고 가파른 문장 속에 담겨 있었다. 전후 맥락이 생략된 기록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인과관계에 따라 정리하면서 제3자는 알 수 없는 정황들을 되도록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골든아워, 60분 안에 환자를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목표로 환자 구조와 이송, 응급수술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하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전반적인 의료제도, 군관민의 협조 체제, 소방당국의 응급구조 체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실제 사례를 통해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 각주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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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했으나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를 경험하고 국내에 도입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늘 위험한 사고에 노출된 육체노동자들,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교통사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가정폭력 사례들, 사회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조직폭력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아덴만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2권은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국제 표준에 맞는 시스템을 안착시키고자 고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원칙과 본질에서 벗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표류하는 동안 시스템의 미비를 몸으로 때우던 동료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켜켜이 쌓여가던 모순과 부조리는 결국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대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이국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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