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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설비 걱정보다 10년 한솥밥 北동료 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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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설비 걱정보다 10년 한솥밥 北동료 더 궁금”

김성규 기자 입력 2018-10-11 03:00수정 2018-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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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3년째 입주기업들
급히 철수해 기계 등 그대로 놔둬… 대체공장터 마련못해 매출 반토막
입주사 60% 해외이전 등 재기노력
“사실상 폐업상태” 응답도 13.9%… “공단재개시 재입주 의향”은 96%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인 에스제이테크는 개성공단 폐쇄 직후 인천 서구에 있던 창고를 급하게 공장으로 개조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4일 인천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저처럼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개성에 설비가 제대로 있을지, 전기는 제대로 들어올지에 대한 걱정보다도 10년 동안 한솥밥 먹던 식구들이 잘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저랑 2006년부터 같이 일하던 스물세 살 직원이 결혼하고 애 엄마 되는 과정을 다 지켜봤는데 그렇지 않겠어요?”

4일 인천 서구 에스제이테크 공장에서 만난 이규용 품질팀장은 개성공단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및 기계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4년 개성공단에 1호로 등록했던 기업이다. 이 팀장은 “사실 지금은 납기 맞추기도 바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서도 “공단이 재개되고 다시는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당연히 다시 개성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한 후 2년 8개월이 지났다. 다시 공단 운영이 재개되길 바라던 입주기업 124개사 중 일부는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해외로의 공장 이전 또는 대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정부의 중단 선언 직후 급하게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에스제이테크는 기계(사출기) 26대와 3000여 개에 이르는 금형을 그대로 두고 남으로 내려왔다. 당장 납품을 해야 해 원래 물류창고로 쓰던 곳을 급하게 공장으로 개조해 생산을 재개했다. 임시 공장에 사출기는 11대, 금형은 500여 개만 갖춘 상태다. 원래 공장 건물이 아니었던 탓에 좁은 공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계를 배치해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나고 말았다.

이 회사는 최근 강원 횡성군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새 공장 건설을 계기로 전기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도록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린 사례다. 남녀 속옷을 만드는 이 회사는 공단 중단 후 5개월 동안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베트남 호찌민에 공장 부지를 임차했다. 역시 재봉틀과 성형기기, 접착기계 등 주요 설비를 북에 두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중단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는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중단 사태 등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다시 개성공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의 4월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이들처럼 해외 공장 이전이나 대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사업 재기 노력 중이라고 답한 기업이 60.4%였다. ‘매출과 인원이 줄긴 했지만 큰 차질은 없다’는 곳이 21.8%, ‘큰 차이가 없다’는 곳도 4.0%였지만,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답한 곳도 13.9%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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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영상 처한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원자재 구입, 노무비 등 경영자금 확보’(58.4%), ‘거래처 감소에 따른 주문량 확보의 문제’(38.6%), ‘시설투자 등 설비자금 확보’(35.6%) 등을 꼽은 곳이 많았다. 개성공단 재개 시 재입주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건과 상황을 보고 재입주하겠다’는 곳이 69.3%로 가장 많았고, ‘무조건 재입주’가 26.7%, ‘의향 없음’이 4.0%였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개성공단#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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