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합의문에 안담은 김정은 메시지 있어… 트럼프에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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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양정상회담]대국민 보고서 ‘北 비핵화 의지’ 강조

판문점 도보다리처럼… ‘삼지연 다리 대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초대소 앞 다리 위에서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정상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배석자 없이 진행한 ‘도보다리 
회담’을 백두산 인근에서 재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지연=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판문점 도보다리처럼… ‘삼지연 다리 대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초대소 앞 다리 위에서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정상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배석자 없이 진행한 ‘도보다리 회담’을 백두산 인근에서 재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지연=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박 3일 일정의 방북을 마치고 20일 오후 5시 36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향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입장한 문 대통령은 약 30분간에 걸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눴던 대화와 비핵화 협상, 종전선언, 북-미 대화 등에 대한 구상을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이 언제든 검증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핵심 의제였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CVID)’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언급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유일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므로 언제든지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비핵화 검증에 김정은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폐기한다면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도 못하게 되고 미사일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그렇다면 그에 대해서 미국 측에서도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를 종식시켜 나가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의할 문제’라며 우리와 논의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며 “그러나 북-미 대화가 순탄하지만은 않고 북-미 대화의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된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하게 되면서 북한도 우리에게 북-미 대화의 중재를 요청하는 한편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으로 상징되는 중재 역할이 비핵화 논의에서 주효했다는 자평이다.

○ “트럼프에게 전할 김정은의 메시지 있어”

방북을 마친 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구두로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눈 바 있다”며 “(김정은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 그 내용은 앞으로 제가 방미해 미국 측에 상세하게 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와 단계는 북-미 간에 협의가 돼야 할 내용들이다. 그래서 평양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우리가 사용하는 종전선언의 개념은 65년 전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 그해 안에 하기로 했던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선언이다.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평화협정의 체결 시점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같은 개념으로 종전선언을 인식하고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평화협정은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때까지 주한미군의 필요성이나 유엔군사령부(지위)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해선 “이번 남북관계(합의) 중 가장 중한 결실은 군사 분야 합의다. 정전협정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전하는 데서 나아가 미래의 전쟁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담지 않았지만 구두로 정상 간에 합의된 사안들도 공개했다. 남북 국회 회담을 가까운 시일 안에 열기로 하고, 지방자치단체 교류 활성화에도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가동을 위해 북측에 ‘몰수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아 12월 개최되는 전시회에 북측 문화재도 함께 전시할 수 있도록 북측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합의문#김정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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