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비수’ 제거 노리는 北, 완충구역 이어 군축 들고나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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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양정상회담]군사 완충구역 합의 논란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육해공 완충구역’을 설정한 데 이어 이 구역 내 병력·무기 감축이나 철수를 추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완충구역 내 훈련 중단과 포 전력 포구 폐쇄 등을 넘어 배치 전력 일부를 후방으로 빼는 실질적 군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 北, 서북도서 위협 ‘근원적 제거’ 시도

특히 북한은 황해도 해안과 내륙 일부, 서북도서 간 ‘시범 군축’을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향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황해도에 배치된 장사정포 등 포병 전력과 천안함, 연평도 도발 이후 서북도서에 증강 배치된 우리 군 전력의 상호 감축이나 후방 철수를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의 대북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서북도서에서 우리 군의 무장 축소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NLL 이남 1.5∼6km 해상에 있는 백령도 등 서북도서엔 해병대 병력(5000여 명)과 각종 타격무기(K-9 자주포, 신형다연장로켓포 천무 등)가 대거 배치돼 있다. 유사시 서북도서 맞은편 황해도 내륙의 북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에 대한 즉각 타격이 가능하다. 전시에 서북도서 해병대는 미 해병대와 함께 대북 상륙작전을 펼쳐 최단기간에 평양을 함락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각각 북한의 목과 허리를 겨눈 ‘비수’로 불리는 이유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기회에 서북도서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과감한 군축 제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약 300문)를 후방 배치할 테니 서북도서 전력을 철수하는 ‘맞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북도서 전력 감축·철수는 북한의 기습강점 위험을 높이고, 서울 등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군축 논의를 해도 서북도서는 최종 단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북한 장사정포 등 지상 배치 전력은 감축·철수 뒤에도 언제든 재배치할 수 있지만 서북도서 전력은 육상으로 빼면 재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 비행금지구역은 北 요구 거의 관철
이런 가운데 ‘공중완충구역’(비행금지구역)은 북한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북한은 4·27판문점선언 이후 군사회담에서 정찰기는 MDL 남북 각 60km, 전투기는 각 40km, 무인기(UAV)는 각 20km 구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자고 요구했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비행금지구역에 따르면 전투기 등 고정익 항공기는 MDL 남북 각 40km 이내(동부전선 기준·서부전선은 20km) 공역에 진입할 수 없다. 당초 북한의 전투기 비행금지구역 제안이 그대로 수용된 셈이다. 백두, 금강 등 우리 군 주요 정찰기도 고정익이어서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글로벌호크, F-16 등 미군 운용 정찰기나 전투기에까지 당장 합의 내용이 적용되진 않지만 한미가 협력해 작전하는 한반도 특성상 미군 공중 전력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60km 정찰 금지구역’을 제안한 뒤 남측에 양보하는 모양새로 ‘40km 정찰 금지구역’을 챙겨가는 ‘흥정’에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은 ‘깡통 무인기’와 구식 전투기 등 열악한 공중 전력을 포기한 반면 우리는 한미 공군의 최신 전투기와 첨단 정찰전력의 MDL 근접비행이 금지됐다. ‘크게 밑진 거래’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북한이 기습 도발을 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완충구역에서 도발을 하면 모든 합의는 무효가 되고, 우리 군은 기존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군사 완충구역 합의 논란#서해 비수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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