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의 業]〈8〉한국 장인들의 ‘우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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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미국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6월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stay hungry’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일하라’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stay foolish’의 의미는 딱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전통 문화재를 수리 복원하는 최고의 목수와 석수들을 직접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74호인 최기영을 비롯해 허균, 김범식 등 3명의 대목장과 국가무형문화재 120호인 이재순과 임동조, 김한열 등 3명의 석장이었다.

이들과의 대화는 ‘stay foolish’가 어떤 뜻인지 금세 알게 해줬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이 선택했거나, 혹은 주어진 일에 미련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야 성공한다는 얘기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공사를 하면서 모든 기록을 남겨두었고요. 17년 동안 공사한 백제문화단지는 20년이 지났어도 하자가 하나도 없어요.”(최기영 대목장)

“내가 지은 사찰이나 한옥만큼은 한국 최고의 문화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요. 중간에 잘못되면 전부 뜯어서 다시 했어요. 어떻게든 남보다 더 열심히 하면 결국 더 잘하게 돼요.”(허균 대목장)

“무엇이든 시작했으면 참고 버티면서 10년, 20년 하면 그때는 좀 괜찮지 않을까 해요. 내가 다루는 문화재는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작품입니다. 그런 일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게 없어요.”(김범식 대목장)

“석굴암을 보고 석공의 위대함을 느꼈지요. 한국의 석조공예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도를 닦는 마음으로 돌을 다듬습니다. 일에 미쳐서 자기의 열정을 다했기 때문에 하늘의 뜻이 닿지 않았는가 생각해요.”(이재순 석장)

“자자손손 대물림될 건축물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작은 일에도 허투루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복원한 궁궐이나 다리는 100년, 200년 후에나 손을 댈 겁니다.”(임동조 석장)

“작품이 내 얼굴이고 내 광고판이며 내가 살아온 흔적이기도 합니다. 문화재를 잘 계승하려고 불심과 정성을 담아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수세기 세월을 견딘 탑은 모두 기초부터 정성스럽게 쌓은 것들이지요.”(김한열 석장)

요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업종에 관계없이 직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너무 떨어졌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책임감 강한 직원을 뽑고 싶어 한다. 책임감이 꼭 추상적인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의 요청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란 말도 있다. 귀담아 둘 만한 얘기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장인#문화재#허균#김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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