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노원 에너지제로주택 살아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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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에너지 제로 주택
노원구 에너지 제로 주택
서울 노원구 하계역 인근에 조성된 ‘노원 에너지제로주택’. 단지 내로 들어서자 건물 벽면과 옥상에 붙여진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태양광을 통해 아파트 3동과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총 121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의 60%까지 생산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테라스 외부에 전동 블라인드가 설치된 것. 겨울철에는 블라인드를 올려 햇볕을 받아 실내 온도를 높이고 여름에는 블라인드를 내려 햇볕을 차단한다. 친환경 방식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면서 에너지 사용은 최소화한다. 에너지제로주택의 핵심 기술이다.

노원구가 서울시, 명지대 산학협력단 등과 함께 세운 에너지제로주택은 지난해 10월 완성됐다. 설계 단계부터 자체 에너지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춰 주택 단지가 세워진 건 국내에서 이 곳이 처음이다. 이 곳의 에너지 감축 정도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서울시는 물론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주목하는 이유다. 정부가 세종과 부산에 짓겠다고 7월 발표한 스마트시티의 건물에도 에너지 절감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택 입주는 올해 1월 완료됐다. 주민들은 에너지제로주택에서 겨울과 여름을 모두 난 셈이다. 입주민들은 피부에 와 닿는 효과로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던 느낌’을 꼽는다. 단열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 손실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에너지제로주택은 건물 외벽에 단열재를 덧붙였다. 보통 주택은 내부에 단열재를 넣는다. 겨울이면 차가운 콘크리트 외벽과 내부 단열재 사이에 결로가 발생하기 쉽다. 그럼에도 대다수 주택이 내부 단열재를 쓰는 이유는 외부에 단열재를 붙이는 공사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지자체 건설사 입주민 등 여러 주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열재는 현관문에도 설치됐다. 창문 테두리에는 기밀(氣密) 테이프를 붙였다. 벽에 배관이 통과하면 생기는 틈에도 기밀 테이프가 붙여졌다. 되도록 창문을 열지 않도록 집집마다 흡기구와 환기구를 3, 4개씩 설치했다. 주방 환풍기도 연기를 빨아들여 냄새만 제거하고 다시 공기를 들여보내 열 손실을 막았다. 열 손실이 적을수록 냉방과 난방비용은 적게 든다. 입주민 최동일 씨(38)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주택에 비해 관리비가 30~40% 정도 적게 나온다”고 말했다.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것도 비용 절감을 견인하고 있다.

노원구 에너지 제로 주택
노원구 에너지 제로 주택
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것에 더해 에너지 소비량을 감축시키는 것은 입주민들의 에너지 절약 습관이다. 이 곳에서는 태양광으로 자급한 전력을 초과하는 양만큼 한국전력에서 에너지를 사온다. 즉, 한 가구가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돈을 주고 사는 전체 전력량이 많아진다. 최 씨는 “공동체를 위해 절약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절약 습관을 뒷받침하는 내부 장치도 있다. 거실과 방에 걸린 ‘월 패드(Wall-Pad)’에서 간단히 콘센트를 끌 수 있고 외출 시 현관 앞 월패드에서 집안 모든 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 에너지제로주택 설계를 이끈 주축인 이응신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자체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로 전체 전력의 60%를 충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블라인드 사용과 실내 적정 온도 유지 등 모든 거주자들이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해야 진정한 에너지제로주택이 실현되고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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