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 “해외로 나갈 수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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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쇼크]“최저임금-주52시간 밀어붙인 결과”
숙련 근로자들 이탈 움직임도 가속… 음식점 폐업 신고 작년 16만건
신규 사업자 등록 건수의 92%수준

“1년을 겨우 버텼는데 올해는 벼랑 끝에 놓인 기분입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참사의 진앙인 제조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인 주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인 결과를 똑똑히 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경영환경 악화로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생산량의 16%가 줄었고 이익은 절반이나 포기했다”며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해외로 나가 거기서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한국보다 규제는 적고 인건비가 싼 해외 사업장 인력을 늘려서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국을 떠나 해외 생산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줄어 숙련 노동자의 이탈이 심화되는 것도 중소 제조업체 사장들의 고민거리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비숙련공과 임금차이가 크지 않은 숙련공들이 ‘자존심이 상한다’며 임금을 더 주겠다는 중국 등지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숙련공의 이탈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결국 고용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을 운영하다 폐업 신고를 한 건수는 16만675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새로 사업자등록을 한 음식점(18만1304건)의 92.0%에 달한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점주들이 12시간 이상 일하며 겨우 버텼는데 올해는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들다”면서 “폐업을 고려하는 가맹점주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세무조사 면제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선 “번지수를 완전 잘못 짚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자영업자는 “작은 가게 하나 운영하는데 세금 탈루할 게 뭐가 있겠느냐”며 “현장에 나와 우리의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기나 했나”라고 비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김성규 기자
#중소 제조업체#음식점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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