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보다가… ‘망신 축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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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FIFA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1-2 충격의 패배

우승 후보로 꼽히던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1-2 충격 패를 당했다.

말레이시아(171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57위)보다 114위 아래다. 이는 성인 대표팀 기준이지만 그만큼 국제 축구에서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말레이시아에 뜻밖의 일격을 당했다. 김학범호가 체력 안배를 위해 신경 쓰다가 선발 명단을 절반이 넘게 바꾼 것이 조직력을 저해하는 독이 되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23세 이하)은 17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경기 내내 졸전을 펼쳤다. 전반 5분 골키퍼 송범근이 한국 문전으로 날아온 뜬공을 처리하다 수비수 황현수와 부딪쳐 공을 놓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레이시아의 라시드가 골로 연결했고, 선제골을 기록한 말레이시아는 이후 자기 진영으로 내려앉으며 문전을 꽁꽁 걸어 잠근 뒤 역습을 노렸다.

마음이 급해진 한국은 공격 때 패스 실수를 연발했다. 전반 34분 황희찬은 어렵게 찾아온 상대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놓쳤다. 에이스 손흥민 없이 6-0 대승을 거뒀던 1차전(바레인) 때의 끈끈한 조직력과 골 결정력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추가시간 첫 골을 내줬던 라시드에게 다시 한번 역습 찬스를 허용했고, 한국은 또 한 번 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12분 김 감독은 김건웅 대신 손흥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손흥민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43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터뜨리긴 했지만 한국의 추격은 그걸로 끝이었다. 말레이시아 골대 안으로 날아가는 유효 슈팅이 단 두 개에 그칠 정도로 무기력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유효 슈팅 3개를 기록했다.

상대를 얕보고 선발 명단을 무리하게 바꾼 김 감독의 판단이 패착이었다. 김 감독은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황의조의 투톱 파트너로 나섰던 나상호,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 장윤호, 오른쪽 미드필더 김문환 등 1차전 대승을 이끌었던 선발진 6명을 모두 뺀 채 2차전 명단을 짰다. 호흡이 흐트러진 대표팀은 공수의 간격이 커졌고, 연계 플레이가 사라졌다.

이로써 한국(1승 1패)은 말레이시아(2승)에 E조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이 이대로 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F조 1위가 유력한 이란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란은 한국과 함께 현재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에서 최다인 통산 네 번 우승한 팀으로 이번 대회 한국이 상대하기에 가장 껄끄러운 팀으로 꼽힌다.

한편 이날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공휴일)을 맞아 손흥민의 출전을 기대하며 경기장을 찾은 현지 주민과 교민 2000여 명이 열렬히 한국을 응원했지만 패배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 감독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 잘못이다. 로테이션을 빨리 돌린 게 패착이다. 폭염에 응원한 축구팬들에게 죄송하다. 다음 경기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 / 반둥=김배중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축구#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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