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의 盤세기]컨트리 가수 지미 오즈번 필두로 한국전 노래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12> 6·25전쟁 관련 美음반

김문성 국악평론가
김문성 국악평론가
종전선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동족상잔의 6·25전쟁은 우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은 예술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예술인들에게도 비극이지만 예술 자체로만 보면 주옥같은 작품의 좋은 소재가 돼 왔습니다.

판소리 ‘적벽가’나 서도잡가 ‘전쟁가’ ‘화룡도’, 그리고 12잡가의 ‘적벽가’는 모두 중국 전쟁 서사인 삼국지를 노래한 것입니다. 서도잡가의 초한가나 남도단가 초한가는 항우와 유방의 전쟁을 묘사한 노래입니다. 6·25전쟁을 소재로도 많은 명곡이 태어났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아내의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6·25전쟁과 관련한 대표적인 대중가요곡입니다.

한국에 많은 군인을 파병했던 미국의 대중가요계 역시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한국전쟁 가요곡이 등장합니다. 미국의 6·25전쟁 참전이 결정되자 켄터키 출신 컨트리 가수 지미 오즈번(1923∼1957)은 1950년 7월 ‘신이시여, 미국을 지켜주소서’라는 애국심을 유발하는 가요를 발표합니다. 이 노래는 미국인들의 큰 주목을 받으며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러자 주로 컨트리 가수들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앞다투어 전쟁가요를 발표합니다. ‘한국으로 간다’(윌리프 카터), ‘한국이여 우리가 왔다’(해리 초츠), ‘한국에 평화가’(시스터 로제타 사프), ‘한국의 형제’(소니 오즈번) 등을 비롯한 수십 곡이 RCA빅터, 킹, MGM, 데카, 컬럼비아 등에서 발매되었습니다.

이들 전쟁가요 가운데 1951년 엘턴 브릿이 부른 ‘Korean Mud’는 또 다른 주목을 받습니다. 미군 부상병이 피가 부족해 결국 진흙밭에서 죽어간 것을 환기시키며, 미국민들이 헌혈에 동참해 죽어가는 젊은이들을 살리자고 호소한 것이죠. 또 다른 특별한 전쟁가요로는 미국 인디언인 오글랄라 시우 싱어스가 부른 한국 장송곡(사진)이 있습니다. 1952년 발표된 이 곡은 다른 컨트리풍 노래들과 달리 인디언 특유의 신비하면서도 진중함이 묻어 있는, 한국전쟁에서 죽어간 이들 모두를 달래주는 그런 영적인 느낌이 강한 노래입니다.

한편 한국전쟁 가요 붐을 일으킨 지미 오즈번은 이후에도 많은 전쟁가요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합니다. 특히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8월 ‘한국 이야기’라는 노래를 발표해 또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이 노래는 ‘한국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기도하자 신이 그 기도를 들어주어 한국전쟁이 휴전되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한국전쟁이 일어나 서울이 함락되고 유엔군이 참전하였으나 중국 때문에 승리의 뜻은 이루지 못했다’는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전쟁 이야기를 노래와 내레이션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전쟁#전쟁가요#지미 오즈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