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이란… 제재 대상 항공기 5대 서둘러 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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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란 제재 복원 D-1 현지 표정
수출산업-금융분야 극심한 혼란… 시위 확산에 정부통제력 떨어져
트럼프는 대화 거론하며 흔들기

5일 오전 이란 국영 이란항공 본사가 있는 테헤란 메라바드 공항에 신형 여객기 ATR72-600 5대가 도착했다. 이란항공이 지난해 4월 약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주고 프랑스 항공기 제조업체 ATR로부터 구입한 항공기 20대 중 일부다. 지금까지 이란항공이 넘겨받은 건 모두 13대. 아직 7대가 남았지만 당분간 항공기를 받기 어렵게 됐다. 7일 0시(미국 워싱턴 기준·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를 기해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이날 메라바드 공항에 도착한 신형 여객기 5대를 미국의 제재가 재개되기 전에 받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부터 항공기 관련 거래 제재를 포함해 △이란 리알화를 통한 거래 금지 △이란산 흑연, 알루미늄, 강철, 석탄 등 판매 및 공급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이란 제재가 재개된다. 2016년 1월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완화된 지 약 2년 7개월 만이다.

이란 정부는 다시 ‘노후한 항공기와 부품 부족 문제’라는 해묵은 숙제를 안게 됐다.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부터 2016년 1월까지 새 여객기를 한 대도 사지 못했다. 매번 제3국을 통해 중고 여객기를 수입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가 잇따랐다.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제재가 완화되자 새 여객기 구매를 우선 과제로 삼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란은 2016년 12월 프랑스 에어버스와 여객기 100대를 구매·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 보잉과도 비슷한 시기 보잉 777기종 15대를 포함해 총 80대를 구매·임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란은 에어버스 여객기 3대를 인도받는 데 그쳤다.

제재 복원이 임박하자 이란은 에너지, 식료품, 카펫 등 주요 수출 산업과 금융 분야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리알화 가치 폭락, 물가 상승, 높은 실업률 등에 따른 민생고로 촉발된 시위도 빠르게 ‘반정부 시위’로 변하고 있다. 5일 이란 보수 언론들은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테헤란 인근 종교학교 시설을 파괴하는 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동 언론들은 제재를 앞두고 이란 정부의 통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집회나 시위가 엄격히 통제되는 이란에서 수도 테헤란뿐 아니라 전국 6개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 성사 여부는 이란에 달려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 경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나는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다. 상관없다. 이건 이란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또 한번 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중동 언론들은 트럼프가 실제로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문제 해결의 책임을 이란에 넘기고, 제재가 시작된 뒤 ‘나는 제안했지만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식의 대처를 염두에 둔 전략적 제안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란#제재 대상 항공기#5대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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