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안맨 뒷좌석 더미 車밖으로 ‘쿵’… 중상위험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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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전좌석 안전띠’ 앞두고 충돌실험

20일 경기 이천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회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출발한 지 약 10초 만에 “쾅” 소리를 내며 그대로 철제 벽을 들이받았다. 충돌 당시 속도는 시속 48.3km였다. 보닛(후드)이 절반가량 납작하게 우그러지고 깨진 전조등 조각이 뒹굴었다.

차 안에 있던 ‘더미’(실물과 똑같이 만든 실험용 인형) 3개도 무사하지 않았다. 특히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던 뒷자리 더미 2개는 심하게 망가졌다. 키 140cm, 몸무게 35kg인 어린이 더미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갔다. 2배가량 무거운 성인 더미는 앞좌석과 충돌한 뒤 차 안에 널브러졌고 오른팔은 반대편으로 심하게 꺾였다.

차량 충돌 실험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승객의 중상 가능성은 착용했을 경우보다 성인은 3배, 어린이는 1.2배 높았다. 실험에서 기준으로 삼은 ‘중상’은 사망률이 최대 10.6%로 미국 자동차 의학진흥협회 ‘간이상해지수’의 6개 상해 등급 중 4급이다. 머리가 함몰 골절되고, 최대 24시간가량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승객이 차량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안전띠를 맨 운전자, 조수석 승객에게 2차 상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자리에서 붕 뜬 뒷좌석 탑승자 더미 때문에 운전석에 앉은 더미가 충격을 받았다. 실제 사고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부딪혀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내부 공간이 넓은 버스에서는 안전띠를 매지 않은 사람이 내부 곳곳에서 튕기며 본인이 목숨을 잃거나 다른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9월 28일부터 우리나라 ‘차 안 습관’에 큰 변화가 생긴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모든 도로에서 의무화되는 것이다. 앞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된 지 17년 만이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의무적으로 뒷좌석에서도 안전띠를 매야 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일반도로에서도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과태료 3만 원을 내야 한다. 동승자가 13세 미만이면 과태료가 6만 원으로 높아진다. 택시도 예외는 아니다. 승객이 착용하지 않으면 운전사에게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치다. 2000년 1만236명이던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앞좌석 안전띠가 의무화된 이듬해 8097명으로 대폭 줄었다. 정부는 뒷좌석 안전띠 의무화가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대로 감축’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제도로교통사고데이터베이스(IRTAD)에 따르면 한국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30%로 독일 97%, 스웨덴 94% 등보다 훨씬 낮다.

올바른 안전띠 착용을 위해서는 줄 꼬임을 방지하고, 안전띠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클립 장치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는 앉은키를 높여주는 ‘부스터 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자신은 물론 동승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천=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전좌석 안전띠#충돌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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