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들도 “난 더 이상 친박 아니다” 탈박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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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호령하던 ‘친박’ 사실상 소멸 수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을 배경으로 여의도를 호령했던 친박(친박근혜)은 사실상 소멸 수순에 접어든 상태다.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는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정치권에 남아 있는 이른바 ‘잔박(잔류 친박)’ 중 탄핵 이후에도 정치적 생명력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의 자유한국당 탈당은 친박이 폐족(廢族)이 됐음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 후 당 내홍이 심화되자 지난달 20일 돌연 탈당을 선언했다.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한 셈이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서 의원이 자신에게 붙은 ‘좌장’이라는 딱지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근에는 후련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 만난 지역구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친박 의원들은 구심점을 잃은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홍준표 전 대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지만 정책 현안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부의장을 맡았지만, 이 역시 친박계가 결집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5선인 이 의원이 12일 의원총회에서 과거 당내 선거에서 번번이 떨어진 점을 언급하며 “당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은 친박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도 많다. 이른바 ‘진박 9인회’의 일원으로 지목됐던 정우택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도운 것뿐이니 범(汎)친박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친박 활동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때 친박 핵심으로 통했던 한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난 더 이상 친박이 아니다”라며 ‘탈박(脫朴)’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친박 초선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다. 한때 대표적 헌법학자였지만 이제는 진박 의원 타이틀로 더 널리 알려진 정종섭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계파 갈등에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친박 돌격대’로 불렸던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의원 역시 “더 이상 친박은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프레임 깨기’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라는 신조어를 만든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신이 없는 인간 아닌가”라고 말하는 등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박근혜#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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