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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로 암세포 크기-수 줄인뒤 수술… 생존율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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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로 암세포 크기-수 줄인뒤 수술… 생존율 높여

김상훈기자 입력 2018-07-21 03:00수정 2018-07-2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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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닥터]<10·끝>췌장암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오른쪽)가 복강경을 이용해 췌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췌장암이 늦게 발견돼 수술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잖다. 최근에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도 항암치료로 암 세포를 줄인 후 수술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암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2%다. 췌장암은 5.7%로 모든 암 중에서 가장 높다. 췌장암은 ‘선진국형 암’이다. 앞으로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생존율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대에 그쳤다. 2010년대에도 10%를 넘지 못하다 최근에서야 10.8%로 높아졌다.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암의 평균치(70.7%)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낮다.

췌장은 배의 명치 부위에서 약간 위쪽, 배보다는 등에 더 가까운 쪽에 있는 장기다. 머리 부분은 십이지장에, 꼬리 부분은 비장에 접해 있다. 주변 장기들에 둘러싸인 위치 탓에 암의 조기 발견이 어렵다.

췌장은 인슐린 호르몬과 여러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췌장에 병이 생기면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췌장암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 영양 상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췌장암에 걸렸을 때 체중이 줄어드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수술은 1기와 2기 초반일 때 시행한다. 주변 혈관 등으로 암이 진행되거나(진행성 암), 멀리 있는 장기까지 전이된(전이성 암) 경우 수술이 어렵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도 항암치료를 통해 암 세포의 크기와 수를 줄인 후 수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덕분에 과거 10∼20%에 불과했던 ‘수술 가능한 환자’가 최근에는 20∼35%로 늘어났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술한다.

보통 “췌장암에 걸리면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이 있다. 베스트닥터들은 이에 대해 “과거 이야기”라고 말한다. 최근 방사선과 항암 치료 기술이 크게 개선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 위를 보존하는 췌장수술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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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연세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57)는 췌장암 수술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췌장은 위, 십이지장 등 장기와 접해 있어 수술이 복잡하고 어렵다.

췌장의 머리 부위에 암이 발생했을 경우 췌장 머리 부위와 십이지장, 소장, 위장, 담낭 등의 일부를 절제하고, 이후에 남은 췌장을 위의 상부(유문)에 붙인다. 이 수술이 바로 ‘유문부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인데, 윤 교수가 1997년부터 시행했다.

윤 교수가 1997∼2006년 이 수술을 시행한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31.4%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윤 교수는 이 수술을 500여 건 시행했다. 수술 중 또는 수술 이후 사망한 환자는 없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 수술로 인한 사망률은 10%나 됐다. 윤 교수는 2011년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수술에 처음으로 로봇을 도입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대한종양외과학회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환자와 가족의 정신적 안정과 치료성적과의 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환자와 가족의 정신적 안정이 환자 자신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췌장학회에서는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2000건 넘는 최다 수술 기록 보유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58)는 1993년 췌장암 수술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2000∼2500여 건을 기록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췌장암 수술을 한 의사로 꼽힌다.

암이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하면 해당 부위와 꼬리 주변의 지라도 제거한다. 이 수술을 ‘원위부 췌장 절제술’이라고 한다. 한 교수는 2000년에 국내 최초로 이 수술을 복강경으로 시행했다. 췌장 혈관을 살리는 방법을 시도해 그 결과를 세계 최초로 보고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한 교수의 수술 결과도 상당히 좋다. 특히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한 암 수술의 실적이 좋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자체 조사 결과 5년 생존율이 30%나 돼 10%대에 머물고 있는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한 교수는 무엇보다 수술을 공격적으로 시행한다.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간주되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도한다. 또한 수술 전후의 염증을 최소화해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치료 성적을 올린다고 판단해 염증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 교수는 한국췌장외과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간담췌외과학회의 차기 회장으로 최근 선출됐다. 또한 해외의 췌장암 관련 저널의 편집자로도 자주 참여하고 있다.

○ 췌장암 수술에 복강경 도입한 개척자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56)도 췌장암 수술을 많이 하는 대표적인 의사다. 지금까지 1500명이 넘는 췌장암 환자를 수술했다.

김 교수의 수술 성과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 팀이 2010∼2014년에 수술한 췌장암 환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해 국제 저널 ‘외과(Surgery)’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28%였다. 김 교수는 “최근 데이터를 보완하면 생존율은 30%를 넘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할 수 없는 환자들까지 포함한다면 생존율은 1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췌장암 수술에 복강경을 도입한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췌장, 담도, 십이지장 질환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다 췌장암으로 범위를 넓혔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포함해 췌장질환을 복강경으로 수술한 사례가 2500건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수술 실적만큼 연구 성과도 높다. 현재까지 250건 이상의 논문을 최고급 저널에 발표했다. 국내외 6종 의학 교과서의 저술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노르웨이 오슬로대 등 유명 의대의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췌장암 관련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췌장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벌이는 사업단을 주관하는 책임자이기도 하다. 췌장연구모임인 한국췌장외과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 ‘혈액 조기진단법’ 개발하는 의사

서울대병원 장진영 간담췌외과 교수(49)는 수술 실적보다는 치료법의 개발과 표준화에 더 신경을 쓴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장 교수는 국내 10개 병원이 참여한 췌장암 수술 표준화 프로젝트를 주관했다. 장 교수는 또 세계췌장학회가 주관한 췌장암 치료 지침 정비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국내 의사로는 장 교수가 유일하다.

지금까지 25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췌장암 수술 과정에서 대동맥 주변까지 모두 긁어내는 ‘최대한의 치료’가 치료 결과를 크게 높이지 않을 뿐더러 합병증 발생 확률만 높인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진행성(2∼3기)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할 때 생존율이 2배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해 국제 저널 ‘Surgery’에 게재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여러 치료법의 타당성 검증 작업도 벌이고 있다. 효과가 거의 없는 일부 치료법이 온라인 공간에서 ‘만병 치료법’처럼 평가받는 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췌장에 생긴 물혹을 에탄올로 치료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의학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됐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퍼지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췌장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만약 혈액으로 쉽게 췌장암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생존율은 현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장 교수는 혈액으로 췌장암을 90% 이상 진단할 수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1차 연구를 끝낸 상황이며 3년 이내 상용화를 목표로 2차 연구를 하고 있다.


▼유일한 30대 베스트닥터… 복강경 적극 활용▼

非수도권 한영석 경북대병원 교수

한영석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39)는 10대 암 베스트닥터를 통틀어 유일한 30대다. 2009년에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을 거쳤고 현재의 경북대병원에 정착한 것은 2015년이다. 그때부터 지난해까지 만 3년 동안 120여 건의 췌장암 수술을 시행했다. 복강경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교수들에 비하면 수술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경북 지역에서는 이미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외과 의사답게 가능하면 수술을 시행하는 쪽으로 치료 방향을 잡는다. 3기 이후의 환자라도 1년 이상의 생존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술을 한다. 한 교수는 췌장암에 관해서는 지금 당장 외국으로부터 도입해야 할 획기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췌장 관련 수술은 난도가 매우 높아 의사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 수술을 했다고 해서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췌장암을 전문으로 다루려는 의사가 많지 않다. 이는 지방의료 수준을 떨어뜨리고 환자들의 신뢰를 잃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교수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시로 서울을 오가며 적극적으로 학회활동을 한다. 현재 한국간담췌외과학회에서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내년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간담췌외과학회의 학술위원도 맡고 있다.




▼복부 CT, 암크기 0.5~1cm까지 찾아내▼

췌장암 조기 발견 땐 생존율 2배 이상 높아져


체중 감소, 황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췌장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일찍 췌장암을 발견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미 3, 4기라 수술이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만약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면 생존율을 2배 이상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받아도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왜 그럴까.

혈액 검사로는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해 낼 수 없다. 간혹 췌장암과 관련 있는 물질(종양표지자)이 검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미 암이 초기 단계가 아닐 확률이 높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법은 복부초음파다. 각종 건강검진 기관이 시행하는 검사에 이 항목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췌장이 다른 장기에 파묻힌 데다 깊숙한 곳에 있어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인의 능력에 따라 췌장암 발병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비만 체형이라면 진단 확률은 더 떨어진다.

조기에 췌장암을 발견하기에 가장 좋은 검사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다. 최신 장비를 사용하면 암의 크기가 0.5∼1cm인 것까지 찾아낼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될 수는 있다. 때로는 복부CT로도 정확하게 췌장암을 확진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다. MRI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베스트닥터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복부CT나 MRI 촬영을 해볼 것을 권한다. 특히 황달 증상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 복부CT부터 찍을 것을 권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췌장암#항암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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