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전력수요, 정부 당초 예측 빗나가… “원전 2기 추가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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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력수요 8763만kW 역대최고

전력공급 문제없나… 폭염에 뚝 떨어진 예비율 폭염이 이어진 19일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3시 29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의 전력 수급 현황 모니터에는 전력 공급예비율이 전날(13%)보다 낮은 12.8%로 표시돼 있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력공급 문제없나… 폭염에 뚝 떨어진 예비율 폭염이 이어진 19일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3시 29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의 전력 수급 현황 모니터에는 전력 공급예비율이 전날(13%)보다 낮은 12.8%로 표시돼 있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른 폭염으로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를 벌써 뛰어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급증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로 했다. 성급한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닥친 셈이다.

○ 빗나간 전력수요 예측

19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반 최대 전력수요는 8763만 kW(킬로와트)를 기록했다. 18일에 이어 다시 역대 여름철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공급예비율(공급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의 비율)도 10.6%를 기록해 올 들어 최저를 나타냈다.

전력 수요는 무더위가 시작된 뒤 첫 월요일인 16일 8630만 kW를 기록하며 2016년 8월 기록한 여름 최고치(8518만 kW)를 처음 넘어섰다. 이날 역시 공급 예비율은 11%까지 내려갔다. 17일 최대 전력수요는 8628만 kW로 다소 감소했지만 18일에는 다시 8671만 kW까지 치솟았다.

19일 최대 전력수요인 8763만 kW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인 8750만 kW를 초과한 수치다. 작년 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장률을 연평균 2.5%로 낮춰 잡으면서 전력수요를 너무 낮게 전망한 것이 예측 실패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5일 정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을 8830만 kW로 수정하고 예측치 도달 시점을 8월 둘째, 셋째 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예상보다 장마가 일찍 끝났고 폭염이 길어질 거라는 예보가 있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최대 전력 예측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예비전력이 충분해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당장 올해 예측이 틀렸다는 건 앞으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력수요 예측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 ‘전기료 폭탄’ 걱정하는 소비자

한국전력 상황실 비상근무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정부 예측치를 훨씬 웃도는 가운데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 전력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한국전력 상황실 비상근무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정부 예측치를 훨씬 웃도는 가운데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 전력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이유는 예측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정부 예측이 빗나가면 전력 생산에 더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정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갑자기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측이 빗나갔을 경우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나 유연탄이 발전원으로 주로 사용된다.

실제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올해 1월 민간 LNG발전소 가동률은 80%에 이르렀다. 현재처럼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비싼 발전원으로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 올해 1월 전력거래소가 발전소에 지급한 전력 구매비는 5조2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812억 원(15.8%) 늘었다.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이 늘면서 소비자들은 2016년 여름 같은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요금 폭탄 논란이 일자 6단계였던 요금 적용 구간을 3단계로 단순화하고 사용량에 따른 요금 격차를 11.7배에서 3배로 축소한 만큼 당시만큼 요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 같은 요금 폭탄 사태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실의 벽에 부닥친 탈원전 정책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내세운 대안은 원자력발전소다. 이날 산업부는 “이번 주 토요일(21일) 원전 1기를 추가로 가동해 무더위가 이어지더라도 당장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전력 구매비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5일 내놓은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도 “정비 중인 원자력발전소 수가 줄어들어 최대 전력수요에 도달하더라도 최대 공급능력은 1억71만 kW로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원전 가동률은 올해 3월 54.8%에서 매달 높아져 6월에는 67.8%로 나타났다. 현재 24기 중 16대가 가동되고 있으며, 8월에는 18대가 가동될 예정이다.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원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올겨울 원전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졌고, 결국 최악의 전력 수급 비상사태가 벌어졌다”며 “원전 수가 늘어나 전력 수요 충당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대 전력수요#정부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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