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네오 아트’ 왕조, 크로아 4-2 꺾고 20년 만에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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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버리고 역습으로 실리 챙겨… 평균 26세, 젊고 빨라 당분간 무적
‘1998 지단’ 역할 맡은 그리에즈만, 상대 자책골 유도하고 PK 득점도
음바페, 60년만에 10대 결승전 골

라커룸 곳곳에 샴페인이 뿌려졌고, 선수들은 윗옷을 벗고 프랑스 국가와 응원가를 불렀다.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으로 라커룸 상황을 중계하며 흥겨워했다. 그는 “내가 미쳤냐고요? 오늘 같은 날은 미쳐야 해요. 내가 골을 넣었고 우리가 우승을 했어요”라고 외쳤다. 수비수 뱅자맹 파바르는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우리는 앞으로 4년간 지금의 기분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영건’들이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던 ‘아트 사커’ 프랑스는 점유율을 포기한 대신 역습을 강조한 ‘네오 아트 사커’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3800만 달러(약 431억 원)의 우승 상금도 받았다.

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점유율 39% 대 61%, 슈팅 수 8 대 15로 모두 크로아티아에 밀렸다. 하지만 두터운 수비 후 역습으로 승리했다. 프랑스가 체력 소모가 심한 압박 수비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역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선수들의 기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26.1세인 이번 프랑스 대표팀은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평균 연령 27.5세)보다 어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속도와 실용적인 공수 전환을 강조한 프랑스 황금세대의 새 왕조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격 기회에서 다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 전 프랑스의 허리를 책임지며 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지네딘 지단처럼 ‘사령관’ 역할을 수행한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그리에즈만은 전반 18분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크로아티아의 자책골을 이끌었고, 전반 38분에는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리에즈만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 당시 지단처럼 페널티킥에서 파넨카킥(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을 시도할까 고민도 했었다”고 말했다. “‘지단 세대’에 이어 ‘그리에즈만 세대’가 탄생했다”는 평가에 대해서 그는 “우리는 단결된 힘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랑스 역사에 남게 됐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가졌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모두 함께 전력을 쏟아내는 것이 프랑스 축구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중 17명이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다. 그리에즈만의 아버지는 독일, 어머니는 포르투갈 출신이다.

프랑스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린 킬리안 음바페는 19세 207일에 골을 넣어 ‘축구 황제’ 펠레가 1958년 월드컵 결승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린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다. 빠른 발이 특기인 그는 결승전에서도 시속 31.28km로 프랑스 선수 중 가장 빨리 달렸다. 펠레는 트위터를 통해 “음바페가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두 번째 10대 선수가 된 것을 환영한다. 음바페가 계속 나와 같은 기록을 세우면 나도 축구화 먼지를 다시 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 고의 경기 지연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생애 첫 월드컵에서 4골을 폭발시킨 음바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는 “나도 펠레처럼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 이번 월드컵이 그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프랑스#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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