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장시간 반복 노출땐 ‘팝콘 브레인’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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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과의존 막을 방법 고민해야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 청소년(30.3%)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교 저학년생(1∼3학년)의 31.7%, 고학년생(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jjj@donga.com·신규진 기자
#유튜브#기행동#스마트폰 과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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