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외국 젊은피로 메우는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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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고령화 日의 해법

일본 도쿄 도심의 신주쿠(新宿)구청에 가면 전입 수속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마치 입국관리소라도 되는 듯 구청 안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등 갖가지 언어가 들린다고 한다. 구청 직원은 “근처에 일본어학교가 여러 군데 있어 유학생이 많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신주쿠구에 사는 20대 일본인은 5년 전에 비해 7% 줄었지만 같은 기간 신주쿠의 외국인 수는 48% 늘었다. 20대만 놓고 보면 외국인 비율이 40%를 넘어선다.

일본 내 거주 외국인 수가 급증하면서 일본의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11일 발표한 인구동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일본 내 자국민과 외국인을 합한 인구 총계는 1억2770만7200명이다. 이 중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약 1억2521만 명으로 2009년 이후 9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37만4000여 명이 감소했다. 지난 1년간 94만8000여 명이 새로 태어나고 134만여 명이 사망해 인구의 자연감소분은 39만여 명에 달했다.

반면 일본에 주민등록을 한 외국인(3개월 이상 체류비자 소유자)은 249만76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17만4000여 명 늘었다. 5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도 약 128만 명(2017년 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중국인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베트남이나 네팔인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다. 20대 외국인이 74만8000명으로 20대 일본 총인구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도쿄만 놓고 보면 20대 거주자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전국적으로도 나가사키(長崎)현을 제외한 46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전년과 대비해 외국인 인구가 늘었다.

외국인 증가율 77%를 기록한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는 관광시설들이 늘어난 것이 외국인 거주자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전국에서 가장 외국인 비율이 높았던 홋카이도 시무캇푸(占冠)촌은 총인구 1449명 중 외국인이 22.7%를 차지했다. 2017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클럽메드 홋카이도 도마무’를 개장하면서 스키 강사 등 외국인 종업원을 대거 채용했다.

외국인들은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일손 역할을 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매업 등 일손이 부족한 업계는 외국인 노동력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저팬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약 3만5000명으로 전 종업원의 7%를 차지한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베트남 인력이 없으면 건설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단순노동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인구 감소와 일손 부족에 시달리면서 단순노동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지난달에 정리된 경제재정운영기본방침에 따르면 건설, 농업, 개호(간병), 조선, 숙박업 등 5개 업종을 대상으로 2019년 4월부터 새로운 체류자격을 만들어 2025년까지 50만 명 넘게 받아들일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과 인재 쟁탈전이 매년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며 “일본에 오는 우수한 외국인을 늘리기 위해 대우를 개선하는 등 ‘선택받는 국가’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인구감소#고령화#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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