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건강보험 보장률 76.3%… 심장수술 받아도 병원비 ‘0’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케어’ 1년… 향후 과제
선진국 의료 현장을 가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클리닉 바우반 병원 내 병실 모습(왼쪽 사진). 프랑스는 대부분 진료 항목을 급여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였다. 독일 연방보건부 소속 크리스티안 아바트 박사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내 의료계의 반발과 관련해 “독일도 1920, 30년대 공보험조합과 의사집단 간 논쟁이 거셌지만 결국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율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 제공
프랑스 파리 근교의 클리닉 바우반 병원 내 병실 모습(왼쪽 사진). 프랑스는 대부분 진료 항목을 급여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였다. 독일 연방보건부 소속 크리스티안 아바트 박사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내 의료계의 반발과 관련해 “독일도 1920, 30년대 공보험조합과 의사집단 간 논쟁이 거셌지만 결국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율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 제공
“꼭 필요한 치료인데도 보험 적용이 안 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환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 중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3800여 개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의료 서비스 대부분을 건강보험으로 제공받는 선진국의 의료 현장을 찾아 ‘문재인 케어 1년’의 향후 과제를 알아봤다.

○ 독일은 심장수술 받아도 병원비 ‘0유로’

“저는 3인 가족인데 한 달 보험료로 190유로(약 25만 원) 정도 냅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프랑스 파리 근교의 클리닉 바우반 병원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씨(42)의 말이다. 프랑스인은 대부분 건강보험(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모두 가입한다. 프랑스는 공보험이 전체 국민 의료비의 78%를 차지한다. 민간의료보험이 13.5%를 지원한다. 개인 부담은 전체 의료비의 8.5%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보험은 공보험의 일부 본인부담금과 공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치과 치료비 등으로 한정돼 있다. 철저히 공보험의 보조 수단인 셈이다. 이 병원 외과 의사 크레프 브루노 씨는 “대부분의 질환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문제로 치료나 수술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물론 프랑스의 건강보험 보험료율은 13% 이상으로 국내 건강보험료율(올해 기준 6.24%)보다 높다. 건강보험만 놓고 보면 프랑스의 보험비 부담이 큰 것 같지만 전체 가계 의료비 차원에서 보면 국내 부담이 더 크다. 바로 보장성 차이 때문이다.

프랑스의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은 62.6%에 불과하다. 이를 메우기 위해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에 들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 의료비 중 가계 직접부담 비율은 36.8%(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3%)보다 1.9배 높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63% 정도 보장해주고 월 평균 10만 원을 내는 반면 실손보험은 37%가량 보장하면서 월 25만∼30만 원을 납부한다”며 “보장성을 강화하면 건보료가 오를 수 있지만 대신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돼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병원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독일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 환자 부담이 적다. 기자가 만난 베를린 시민 다니엘 기르치 씨(43)는 심장 수술 후 두 달 가까이 입원했지만 퇴원할 때 병원비는 ‘0유로’였다. 매달 130유로(약 17만 원)씩 내온 공보험 덕분이다. 반면 국내에서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김모 씨(48)의 병원비는 1000만 원 이상 나왔다. 그는 매달 건강보험(20만 원)과 실손보험(25만 원)에 45만 원을 내는데도 말이다.

○ 비급여에 대한 세밀한 조사는 필수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연착륙하려면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프랑스 전국건강보험공단 갈로데 줄리 의학 박사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 구입 시 보건청은 비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품질 관리도 한다”며 “고가의 장비 구입비를 지원해 병원 부담을 줄이는 한편 환자 부담도 낮추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선 고가 장비 구입비를 온전히 병원이 감당해야 한다. 결국 ‘기기 값을 뽑으려면’ 환자에게 높은 진료비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독일 건강보험인 ‘북독일지역보험조합(AOK)’에선 비급여 항목 정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비급여 진료 리스트와 함께 △왜 비급여인지 △치료 효과는 검증됐는지 등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OK 헨리 코테크 보험정책국장은 “비급여인 백내장 검사도 의사 소견에 따라 꼭 필요하면 보험사에서 급여 적용을 해준다”며 “모든 비급여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총 의료비 69조4000억 원 중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하고 질병 치료에 쓰인 비급여 의료비는 12조1000억 원에 달한다. 서남규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문재인 케어 5년 이후까지 비급여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원가의 투명한 공개도 필요하다. 현재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 가격(수가)을 정할 때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비급여를 없애면 병원이 망한다는 논리다. 독일은 보험자 집단과 의사 집단이 합의해 수가를 결정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의료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파리·베를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문재인 케어#독일 건강보험#프랑스 건강보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