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뺄때! 스타벅스 年10억개 빨대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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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모든 매장서 퇴출

《 스타벅스의 상징인 초록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고 빨대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디자인된 차가운 음료용 뚜껑을 도입하겠다고 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빨대를 원하는 고객에 한해 종이 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새로운 뚜껑은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개발됐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연간 1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빨대와의 전쟁’은 2015년 8월에 공개된 바다거북 영상에서 시작됐다. 해양 생물학자 크리스틴 피게너 교수는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한쪽 콧구멍이 막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펜치를 이용해 콧구멍을 막은 이물질을 잡아당기니 약 12cm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가 나왔다. 빨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거북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3000만을 넘어서며 공분을 일으켰다.

이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와 영화배우 러셀 크로 등 유명인사들을 주축으로 ‘빨대를 그만 쓰자(#StopSucking)’는 해시태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빨대가 없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공원청에 따르면 미국인은 하루에 약 5억 개의 빨대를 사용한다. 이는 스쿨버스 125대를 가득 채울 정도고, 줄을 세우면 지구 두 바퀴 반을 돌 정도의 양이다. 작고 가벼워 쉽게 쓰고 버려지지만, 썩어 없어지는 데 200년이 걸린다.

플라스틱은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 비정부기구 해양보존협회에 따르면 연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800만 t에 이른다. 연간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동물이 플라스틱을 섭취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2월 스페인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 배 속에서는 29kg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기도 했다.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이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입자가 작아 걸러내기 어려운 데다 독성 물질을 끌어들이는 속성이 있다. 올 3월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9개국에서 판매되는 11개 브랜드 생수 250병의 93%에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결국 인간의 건강까지도 위협하는 셈이다.

쉽게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과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플라스틱 퇴출을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이달 초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 미국 내 첫 번째 주요 도시가 됐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주요 도시들도 빨대 사용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고,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버블티를 즐겨 마시는 대만에서도 내년 7월부터 일회용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그럼 버블티를 어떻게 마셔야 하느냐’는 국민들의 질문에 대만 환경보호청은 “숟가락으로 버블을 퍼서 먹으면 된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플라스틱 퇴출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9일 글로벌 호텔 체인 하이엇그룹도 9월부터 고객이 요청할 경우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는 2019년까지 영국 아일랜드 내 매장에서 제공되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기로 했다. 던킨도너츠는 2020년까지 뜨거운 음료용 스티로폼 컵을 재활용 가능한 종이컵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국내 유통업계도 세계적인 흐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본사 계획(2020년)보다 1년 이상 빠른 올해 안에 플라스틱 빨대를 모두 종이 빨대로 교체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제과업체 파리바게뜨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를 친환경 종이 빨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올해 말까지 비닐봉투 사용량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뚜레쥬르는 하반기에 비닐봉지를 ‘손잡이 없는 종이봉투’로 대체하는 등 비닐봉지 사용량을 대폭 줄일 예정이다.

위은지 wizi@donga.com·강승현 기자
#스타벅스#빨대#매장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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