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회사 떠날때도 예의를?…정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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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에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 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

모든 직장인은 한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방식이다. 정보통신(IT)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38·가명)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 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통보를 받은 당일 날 사직서를 낸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로는 업무인수인계와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 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 푸념을 듣고 “앗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시키거나(50%)’,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29) 씨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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