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중 새 혐의 나오면 그것만 떼어내 경찰에 줘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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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검사들 “곳곳에 구멍” 강력 반발
문무일 총장 “문명 국가다운 형사사법체계 필요” 불만 드러내
경찰은 “선물 보따리 받았다” 희색
일각 “영장청구권 여전히 검찰에… 실무상 달라지는 것 별로 없어”

검찰과 경찰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공식 입장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반면 검찰은 내부적으로 불만이 들끓었다.

○ 검사들 “누더기 합의안” 강력 반발

서울지역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경찰이 통상 무혐의로 불기소 의견을 내는 경우가 40%였던 만큼 앞으로 40% 사건은 경찰이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며 “경찰이 사법기관이 된 것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혐의가 나오면 그것만 떼어내 경찰에 보내줘야 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정부 합의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평검사는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이 직무배제나 징계 요구를 하더라도 경찰이 안 들어주면 그만”이라며 “조정안에는 실효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합의안 곳곳에 구멍이 많아 국회에서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검사나 검찰청 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합의문 내용에 대해 검찰에서는 “영장 청구 요건을 따져야 되는데 검사나 검찰청 직원에 대한 영장이라는 이유로 ‘지체 없이’ 청구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박철환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글을 올리자 법무부 검찰국의 한 검사는 “나도 합의안을 한 번도 못 봤다”는 댓글을 달았다가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근길에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국가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성숙됐다. 그만큼 문명국가다운 형사사법체계를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고 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일선 경찰 “선물 보따리 받은 것 같다”

경찰은 이번 합의안을 “견제 균형을 토대로 한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수직적 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이 명목상의 협력 관계로 규정된 데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선물 보따리를 받은 것 같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영장청구권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수사 지휘를 폐지한다고 했지만 지금도 검사에게 수사 지시를 받는 건 영장 신청 단계에서뿐”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은지 기자
#검사들#문무일#불만#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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