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각오는커녕… 당권에만 기웃대는 한국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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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진회동 추진했지만 무산… 당내 “모여봐야 당권 탐색전뿐”
초재선도 쇄신 안나서고 ‘네탓’, 당해체-불출마 주장 유야무야
김성태 18일 쇄신 큰틀 발표 예정
홍준표 “마지막 막말” 비판 쏟아내, “無소신 의원-친박 앞잡이 청산을”

지방선거에서 궤멸 수준으로 패배한 자유한국당은 주말 사이 초·재선과 중진 등 의원들이 선수(選數)별로 모여 당의 활로를 논의했다. 하지만 “당을 해체하고 새로 시작하자” “의원들 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는 등 패배 직후 나왔던 파격적인 주장은 오히려 슬그머니 들어가 버리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국민은 한국당을 탄핵했지만, 아직도 국회의원 배지의 기득권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은 17일 오후 여의도에서 당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모임을 가지기로 했지만, 기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취소했다. 한 중진 의원은 “솔직히 만나봤자 내놓을 결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공개가 돼 버리면) 만나기가 껄끄러웠다”고 전했다.

중진 회동의 무산은 예고된 해프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중진은 선거 패배 직후부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마음이 가 있는 만큼 혁신적 결정이나 자기희생 방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4선의 정우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혁신에 앞장서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당이 어려웠을 때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일념에서 구해내 온 한 사람이다. 선당후사 하겠다”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17일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이 비어 있는 가운데 ‘위공무사’(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을 위하고 행한다)란 글귀가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7일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이 비어 있는 가운데 ‘위공무사’(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을 위하고 행한다)란 글귀가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나경원 의원(4선)이나 심재철 의원(5선)도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었다. 한 당직자는 “동상이몽을 하는 중진들이 만나봤자 21대 총선 공천권을 가질 당 대표 출마 의중을 서로 탐색하는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 별다른 성과를 낼 분위기 자체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초·재선들의 움직임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15일 한국당 김순례, 김성태(비례대표), 성일종, 이은권, 정종섭 등 초선 의원 5명이 “중진 은퇴 촉구”를 한 데 대해 자기희생 없는 ‘역대급 철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여옥 작가는 16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 시절 입 한 번 뻥끗도 하지 않았던 이름만 초선인 사람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싶다… ‘진박 인증 사진’ 찍던 한국당 초선분들은 ‘중진 찜 쪄 먹는 노회한 초선’”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 의원들이 ‘나 몰라라 한 것’인데, 서로 손가락질하며 물러나라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18일부터 초·재선 의원 모임이 잇따라 잡혀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원 그룹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 탓에 논의의 수준은 비대위원장 모시기나 조기 전대 준비하기로 국한되고 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18일 큰 틀에서의 당 쇄신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며 인적쇄신의 대상을 지목했다. 그는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의총에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 등을 청산 대상으로 꼽았다. 홍 대표가 실명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상당수 비판 대상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중진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당권#한국당#중진회동#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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