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눈]그래도 나에게는 메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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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일단 1라운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겼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팀이 되기까지는 7경기를 치러야 한다.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가 이를 해낼 수 있는 실력의 대표팀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변덕을 부릴 수는 없다. 나는 메시가 더 좋다.

두 선수는 모두 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혹은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계속해왔다.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둘의 신체 조건만큼이나 다르다. 둘은 거의 장군 멍군 식으로 골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메시다.

호날두는 ‘흑진주’ 에우제비우, 루이스 피구를 포함해 이전의 그 어떤 선수보다 포르투갈을 더 큰 영광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월드컵 우승은 해보지 못했다.

메시도 아르헨티나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이끈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하자면 월드컵 우승이 모자라다.

기준을 더 높인다면 그 누구도 펠레에게는 견줄 수 없다. 펠레는 21세의 나이에 이미 두 개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펠레가 실제로 활약했을 때의 브라질은 지구상 최고의 팀이었다.

현대 축구는 메시냐 호날두냐의 문제다(물론 네이마르가 가장 무섭게 치고 올라오긴 하지만).

메시는 ‘겸손함’으로 특히 눈길을 끈다. 메시는 분명히 상대를 이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호날두, 마라도나처럼 공작새같이 뽐내며 걷지 않는다.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큰 무대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 호날두를 깎아내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메시는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호날두는 팀이 자신을 위해 뛰어주길 바란다. 물론 이런 비교를 하기에는 분명 타이밍이 좋지는 않다.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세 골을 넣고 메시는 총인구가 제주도보다 적은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니 말이다.

다른 의견을 인용해 보자. “(메시와 호날두) 둘 다 축구에서는 최고다. 현시대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하지만 메시는 인간계의 존재가 아니다. (이에 비해) 호날두는 가장 뛰어난 인간일 뿐이다.”

헤라르드 피케가 한 말이다. 피케는 메시의 FC 바르셀로나 동료이다. 따라서 그의 말에는 편견이 들어있다. 하지만 피케는 자신의 키 작은 동료가 637경기에서 552골을 넣는 것을 지켜봤다. 2012년에만 메시는 91차례 골을 넣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메시는 호날두가 득점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선수가 아니다. 메시는 공을 공유하면서 팀원들을 위한 상황을 창출한다. 혹자는 아이슬란드전에서는 그런 경향이 너무 심했다고도 주장할 수도 있다.

호날두와 메시가 각자 자국의 어떤 축구선수보다도 많은 득점을 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국가대표 151경기에서 84골을 넣은 호날두는 이미 에우제비우(64경기에서 41골), 피구(127경기에서 32골)의 기록을 넘어섰다.

믿거나 말거나, 메시는 일단 마라도나는 넘어섰다. 마라도나는 91경기에서 34골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스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78경기에서 56골을 넣었다. 메시는 125기에서 64골을 넣었다. 물론 이 기록은 메시가 마라도나나 바티스투타처럼 월드컵 챔피언에 오르기 전까지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메시 역시 “우리는 그 꿈을 좇아야 한다. 이는 아름다운 책임감”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16일 그가 페널티킥을 놓쳤을 때 그에게서 더 큰 부담감이 느껴졌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러시아 월드컵#메시#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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