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아이슬란드에 대체 뭐가 있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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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작가들의 천국’이다. 예전에 BBC는 이 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책을 펴낸다고 소개했다. 물론 대다수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여행가이드 등 투잡을 뛰면서 글도 열심히 쓴다. 1955년 모국어로 작품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할도르 락스네스는 이 나라의 큰 자랑거리다.

▷1944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아이슬란드. 뒤늦은 독립을 계기로 이 바이킹 후예들은 이야기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인구 33만여 명으로 서울 도봉구와 비슷한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는 21세기 들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와 2010년 화산 폭발로 인해 항공대란을 불러왔을 때. 안타깝게도 두 번 다 부정적 뉴스였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소식으로 아이슬란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드컵 예선 성적 7승 1무 2패로 사상 첫 본선 무대에 진출한 축구 국가대표팀 덕분이다.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D조 첫 경기에서 아이슬란드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축구의 변방’에서 온 팀이 ‘영원한 우승 후보’와 비겼으니 사실상 이긴 거나 진배없다. 이날 수훈갑은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를 비롯해 상당수 선수들이 본업이 있으면서 일군 성과여서 더욱 놀랍다.

▷특이한 것은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단의 이름이 전부 ‘-손’으로 끝난다는 점. 아이슬란드 인명에는 성(姓)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맨 마지막에 쓰는 이름은 누구의 딸, 아들이란 의미로 아버지나 어머니 이름에 딸(dottir) 아들(son) 같은 성별을 결합해 작명한다. 선수 이름 중 ‘-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국민의 1% 정도인 3000여 명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단다. 화산과 얼음이 공존하는 땅, 책에 열중하고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에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아이슬란드에 뭐가 있길래?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아이슬란드#러시아 월드컵#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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