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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헌재]월드컵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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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헌재]월드컵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18-06-13 03:00수정 2018-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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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브라질 월드컵은 언제부터 하죠?”

며칠 전 모임에서 한 후배가 물었다.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 사람들은 개막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이라니? 브라질 월드컵은 4년 전 열렸다. 2018 월드컵 개최국은 러시아다. 개막은 14일이다.

이번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낮은 것 같다. 지구촌 축구 축제의 개막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최근 또 다른 모임에서는 모처럼 월드컵 축구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뒷맛이 씁쓸했다. “(예선) 3전 3패가 확실하다.” “감독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러시아 관광 빨리 끝내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좋은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이렇게 조롱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무관심 또는 과도한 기대에 따른 비난이다. 최근 볼리비아나 세네갈 평가전, 그리고 앞선 경기들에서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게 우리의 실력이고 현실이다. 12일 현재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7위다. 순위에 맞는 축구 수준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 감독이나 특정 선수가 잘나가던 팀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아니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된 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결정적이다. 자국에서 열린 그해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뤘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은 단번에 국민 영웅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후 한국 축구는 2002년 신화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02년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못 거둔 한국은 이후에는 최소 16강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됐다. 실력이나 환경은 따지지 않는다. 평가전에서조차도 이기지 못하면 단숨에 역적이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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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나 선수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담은 실수로 이어진다. 제 기량을 100%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80%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팬들의 비난이 더 거세진다. 요즘 한국 대표팀이 겪고 있는 악순환이다.

한국이 같은 F조에 속한 독일(1위), 멕시코(15위), 스웨덴(24위)에 이기는 건 힘들다. 바꿔 생각하면 져도 본전이고, 이기면 두세 배 기뻐할 일이다. 비난보다는 응원이 우리 선수들을 더 춤추게 할 수 있다.

축구에 죽고 못 사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스포츠 최강국(축구는 아니지만) 미국은 이번 월드컵에 나오지도 못했다. 그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이미 복 받은 나라다. 눈높이를 낮추면 월드컵을 더 즐길 수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월드컵#축구 대표팀#f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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