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형’ 요양병원 보험사기… 건보재정 줄줄 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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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환자 끌어모아 부당청구 횡행


병원 사무장을 지냈던 장모 씨는 3년 전 월급 400만 원 안팎을 주고 70, 80대 의사 5명을 고용했다. 수도권 근처에 요양병원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장 씨가 설립한 요양병원은 ‘모텔’에 가까웠다. 병원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만 들락거리며 진료는 받지 않고 숙식을 해결했다. 장 씨가 입원이 필요 없는 이들에게 보험금을 챙겨주겠다며 ‘나이롱환자’를 유치한 것이다. 그는 진료기록부, 입원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해까지 15억 원을 받아 챙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양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료로 요양병원비가 지원되는 점을 악용해 치료비를 부풀리고 ‘가짜 환자’를 끌어 모으는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요양병원, 보험사기 온상으로

6일 금융권과 건보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은 2011년 988개에서 2016년 1428개로 5년 새 1.45배로 늘었다.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요양병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는 일반 병원이나 해외 사례에 비춰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국내 일반 병원은 1375개에서 1514개로 1.1배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요양병원의 1000명당 병상 수는 33.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7.6배나 많다.

국내 요양병원 진료비도 2007년 6723억 원에서 2016년 4조422억 원으로 6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요양병원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8%에서 7.29%로 뛰었다.

문제는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늘면서 과당경쟁은 물론이고 관련 보험사기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요양병원이 허위, 과장 진료나 입원 등으로 진료비를 청구해 건보 재정에서 챙겨간 금액이 8000억 원에 이른다.

가장 흔한 수법이 통원 치료가 가능한 고령 환자를 꼬드겨 불필요하게 입원시키는 방식이다. 허수아비 의사를 내세워 사무장이 영업을 뛰는 ‘사무장 요양병원’도 적잖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요양병원은 보험료를 더 타내기 위해 식사를 뷔페식으로 제공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 “관리 감독 강화해야”

요양병원 관련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이유는 일단 설립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만 있으면 된다.

또 요양병원은 진료비의 80% 이상을 건보공단과 정부에서 받을 수 있어 돈벌이가 된다. 환자를 오래 입원시킬수록 건강보험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어 다른 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빼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실손의료보험을 보유한 환자를 대상으론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수백만 원의 비급여 진료까지 요양병원이 받아 챙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장기 입원을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에선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해야 할 환자인지에 대한 타당성 평가를 한다. 환자들이 ‘사무장 병원’ 꼬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험사기에 대한 경고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요양병원#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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