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유통-하도급에 이은 ‘乙의 눈물 닦기’ 4탄… ‘대리점 갑질’ 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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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불공정 근절안’ 하반기 시행

전북 지역에서 유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본사의 제품 밀어내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본사는 어린이집이나 소규모 할인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A 씨에게 1000mL 물품을 사라고 강요했다. 200mL 제품은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지만 용량이 큰 1000mL 제품은 인기가 떨어진다. A 씨는 본사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1000mL 우유를 공급받으면서도 어린이집이나 할인마트 등 거래하는 곳에서 모두 납품받기를 꺼려 속만 끓이고 있다.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나 됐지만 대리점과 거래하는 본사의 ‘갑질’ 행태가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대리점들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방안’을 마련해 2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비인기 제품을 강제로 떠안기는 본사의 ‘끼워 팔기’가 금지된다. 또 대리점의 안정적인 거래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의 계약갱신요구권(재계약 요구권)이 도입된다.

이번 방안은 식품, 통신, 자동차, 화장품, 의류 등 모든 업종의 15만2835개 대리점에 적용된다.

공정위는 우선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동안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웠던 ‘끼워 팔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본사는 대리점에 인기 제품을 보내면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새로 출시한 제품을 묶어서 공급해왔다. 대리점은 인기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사의 요구에 따랐다. 공정위는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 원을 부과했지만 관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 최종 5억 원의 정액 과징금만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관련 고시를 고쳐 ‘밀어내기’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하반기(7∼12월)부터 적용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하반기부터 대리점들에 최소한 3년 이상의 영업기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 약 477곳 중 336곳(70.4%)이 “1년 단위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대리점이 계약 종료 등을 우려해 본사의 ‘갑질’을 참아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설정된 계약서를 체결한 후 본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본사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리점의 신고가 있어야 본사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문제가 된 업체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권조사의 첫 타깃은 의류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전면 실태조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지난해 하반기 설문조사에서 의류업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했다. 물량 밀어내기를 하거나 판촉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떠넘긴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또 본사보다 현저하게 힘이 약한 대리점주들에게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처럼 ‘대리점 단체’를 구성할 권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리점 갑질#공정위#불공정 근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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