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년만에 NYSE도 유리천장 깨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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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이어 여성 첫 CEO 임명
커닝햄, 19세에 인턴으로 첫발… 10년차때 업무에 회의 느껴 휴직
레스토랑서 일하다 다시 복귀, 美 월가의 여성시대 이끌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이 나왔다.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월가가 변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YSE의 모기업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스테이시 커닝햄 NYSE 최고운용책임자(COO·43)를 NYSE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고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성이 NYSE 수장을 맡은 것은 1792년 NYSE 출범 이후 처음이다. WSJ는 “이로써 세계적인 증권거래소 2곳을 모두 여성이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지난해 1월 어디나 프리드먼을 여성 수장으로 임명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한 커닝햄은 19세였던 1994년 여름 인턴으로 NYSE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NYSE에 들어선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왔고 객장과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턴으로 2년을 일한 뒤 1996년 객장 운용팀 등을 거쳤다. 당시 NYSE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은 1000명을 넘었는데 여성은 고작 20여 명이었다. 남성 화장실은 고급 소파와 각종 편의시설에 전담 직원을 둘 정도로 화려했지만 여성 화장실은 오래된 전화 부스를 활용해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는 올해 초 한 연설에서 1967년 NYSE 객장 업무에 여성으로선 처음 진출해 NYSE에 제대로 된 여성 화장실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뮤리얼 시버트가 영감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NYSE에서 고군분투하며 커리어를 쌓던 그는 10년 차를 넘어선 2005년경 업무에 회의를 느끼고 돌연 휴직을 했다. 맨해튼의 한 요리학교에 등록했고 실제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일했다. 그는 FT에 “주방에서 여러 동료들과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 열심히 일하고 일이 다 끝나면 맥주 한잔하러 가는 분위기가 객장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커닝햄 신임 CEO는 2년의 공백 뒤 2007년 나스닥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경력 단절 경험에 대해 “경력은 직선처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휴직 기간에도 많이 배웠고, 능력은 (잠시 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스닥에서 일하던 그는 2012년 다시 친정인 NYSE로 돌아왔고 2015년 COO로 승진했다.

그는 토머스 팔리 CEO의 뒤를 이어 25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 조직을 운영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뉴욕증권거래소#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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