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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계적 공격수라도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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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계적 공격수라도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면…”

정윤철 기자 입력 2018-05-18 03:00수정 2018-05-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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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문, 우리가 연다]<1> ‘자물쇠 수비’ 고요한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국내 소집 훈련 명단(28명)에 이름을 올린 ‘자물쇠’ 고요한은 악착같은 수비와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 능력이 강점이다. 고요한은 “최종 엔트리(23명)를 향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평가전 등에서 능력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구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네가 못해서 교체 아웃되거나,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가 지쳐서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고요한(30·FC서울)에게 로드리게스를 봉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콜롬비아 에이스인 로드리게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6골)이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고요한은 다짐했다. ‘이번에도 못하면 러시아 월드컵에 갈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어떻게든 로드리게스를 괴롭히자.’

콜롬비아전에서 고요한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자물쇠’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몸싸움을 하는 고요한의 집요함에 당황한 로드리게스는 무득점에 그쳤고 한국은 2-1로 이겼다. 이 경기에서의 활약은 고요한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소집 명단(28명)에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키 플레이어를 수비하는 교과서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 FC서울 관계자는 “월드컵 본선에서 콜롬비아와 맞붙는 일본의 한 언론사가 로드리게스 봉쇄법을 묻기 위해 고요한과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고요한을 두고 “K리그에서 가장 더럽게 축구 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여기서 ‘더럽다’는 뜻은 상대가 짜증을 낼 정도로 철저한 수비를 한다는 얘기. 15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고요한은 “감독님께서 악착같은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내 소집 훈련과 평가전에서 내가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주겠다. 월드컵에 가게 되면 로드리게스를 막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눅 들지 않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밀착 마크하고 있는 고요한(앞). MBC 중계 화면 캡처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창의적 패스 능력을 갖춘 에밀 포르스베리(RB라이프치히)가 이끄는 스웨덴과 첫 경기를 벌인다. 2차전에서는 개인기가 뛰어난 멕시코와 만난다. 로드리게스를 막았던 고요한은 미드필더로 나서 상대 에이스를 밀착 마크할 수 있다. 그는 “세계적 선수들은 공을 편안하게 잡을 수 있게 놔두면 쉽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한다. 태클 등으로 강하게 압박해 (상대를)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거나, 몸을 강하게 부딪쳐 불안정한 자세로 공을 잡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요한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주의할 점은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이다. 러시아 월드컵부터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때문에 수비수들의 교묘한 반칙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고요한은 “거칠게 상대를 다루겠지만 경고는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비디오 판독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예민해진 상대가 팔꿈치 등으로 심판의 눈을 피해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를 때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비신사적 행위가 카메라에 포착돼 상대가 퇴장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롬비아전에서도 흥분한 로드리게스가 주먹으로 내 배를 가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요한의 또 다른 장점은 측면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외에도 공격형 미드필더 등 5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그는 “유소년 시절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뛰었고 프로에서는 수비수적인 역할을 했다. 자연스럽게 공격과 수비 움직임을 익힐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에 가게 될 경우 꼭 가져갈 것으로 ‘축구화 3켤레’를 꼽았다.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방문경기에서 겪은 아픔 때문. 당시 그는 국내에서 신던 축구화만 갖고 갔다가 미끄러운 잔디에 적응하지 못해 수차례 넘어졌다. 상대에게 쉽게 돌파를 허용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그는 경기 후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고요한은 “아픈 경험을 한 뒤부터는 해외 경기를 치를 때마다 잔디에 적응하기 위해 신발 밑창의 징이 각각 고무, 쇠, 고무와 쇠 믹스로 된 세 가지 종류의 축구화를 챙긴다”며 웃었다.
 
구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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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러시아 월드컵#축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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