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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장사꾼이라고 멸시했지만… 유럽도 이제 ‘기승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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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장사꾼이라고 멸시했지만… 유럽도 이제 ‘기승전 트럼프’

동정민 파리 특파원 입력 2018-05-16 03:00수정 2018-05-1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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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파리 특파원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미칠 노릇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틀 사이로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유럽의 중심 국가 정상 2명이 같은 주에 워싱턴을 방문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급박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와 발등에 불로 떨어진 미국의 유럽산 수입 철강 관세 부과를 막아야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흘 뒤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에 이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날벼락만 떨어졌다. 철강뿐 아니라 유럽산 자동차에도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추가 협박도 이어졌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손으로 이란 핵협상 폭탄을 내던지며 카메라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만평이 실렸다. 만평 안에서 그 폭탄을 바라보는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유럽 정치인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모든 대화가 ‘기승전(起承轉) 트럼프’다. 다들 이런 정상은 처음 봤다는 거다. 그는 외교 정책의 기본인 ‘일관성’을 깨끗이 무시한다. 이란 핵합의와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원칙은 물론이고 대표적 국제기구 유네스코도 미련 없이 탈퇴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선은 돈과 국내 여론 앞에 민주주의와 인권, 세계평화를 희생시키는 ‘장사꾼 정치인’이라는 멸시와 혐오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런 멸시와 혐오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모든 싸움에서 백전백패하고 있는 유럽의 무기력한 현실에 실질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배한 트럼프 정부와 협상은 불가하다” “몇 년만 참자. 트럼프가 천년만년 대통령 하는 거 아니지 않냐”며 기존 원칙을 지키려던 유럽 내에서도 슬그머니 타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자국 철강 기업들의 한숨소리를 외면하기 힘들게 되자 “철강 면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트럼프 요구를 들어주자”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들먹이며 강하게 압박하자 자동차 최강국 독일조차 흔들리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를 바라보는 유럽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역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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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혹시나 북한을 선제 타격하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라면 무슨 짓이든 가능할 것 같다고도 했다. 당시 유럽이 한반도의 대화를 강조한 건 그런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이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까지 거론되자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덜컥 북한의 비핵화 위장 쇼에 당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 독일 프랑스 영국 모두 일제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는 기저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기존의 외교 프로토콜을 깨부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결단은 30년 가까이 미국의 최고 외교 엘리트들이 풀지 못한 한반도 비핵화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그 물꼬를 한반도 비핵화로 완성하려면 하나하나 철저히 따지는 유럽식 전략과 매서운 감시의 눈도 필요하다. 그래야 ‘기승전 트럼프’의 비핵화 이야기가 해피엔딩(행복한 결말)으로 끝날 수 있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유럽#도널드 트럼프#에마뉘엘 마크롱#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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