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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여론조사는 1인 2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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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여론조사는 1인 2표제?

구자홍 기자 입력 2018-05-13 08:05수정 2018-05-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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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이 응답 후 일반인으로 다시 응답하도록 시도한 정황 드러나
[shutterstock]
선거철이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동원경선, 조직선거가 대표적이다. 체육관 등에 모여 선거인단 투표로 공직후보자를 결정하던 시절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 조직원들이 자동차 등을 이용해 선거인단을 실어 나른 동원경선은 약방의 감초처럼 선거철마다 논란을 불러왔다.

여론조사가 경선 방식에 도입된 이래 조직선거, 동원경선 논란은 크게 줄었다. 선거인단 차떼기 동원이 더는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선거, 동원경선이 선거판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동원 양태가 바뀌었을 뿐 동원경선의 폐해는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실시한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중복 응답을 유도했다 적발된 사례가 적잖다. 여론조사 결과가 경선 결과에 반영된 이후 나타난 변종 동원경선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다.

휴대전화로 옮아간 동원경선

A : ???(C후보) 찍었어?

B : 네.

A : 주민번호 눌러서 했어?

B : 네.

A : 일반(전화)도 올 수 있어. 02-8??-????에서. 거기서는 권리당원 아니라 하고 한 번 더 (응답)해야 한다. 권리당원이라고 하면 (이미 투표를) 했기 때문에 (전화가) 끊어져버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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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진작 알려줘야죠.

A : (전화) 아직 안 왔잖아. 권리당원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해서 한 번 더 (응답)해.

B : 알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호남지역 C기초단체장 후보를 위해 일하는 선거운동원 A씨와 B씨가 나눈 통화 내용의 일부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출을 위한 경선 때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50%,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했다. 그런데 앞 통화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권리당원의 경우 권리당원 여론조사와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에 각각 응답할 수 있었다. 사실상 1인 2표를 행사한 셈. 주민등록번호를 눌러 투표하는 것은 권리당원의 경선 참여 방식이고, 일반 유권자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전화를 걸어와 ‘권리당원입니까’라고 물을 때 ‘네’라고 답하면 전화가 끊기지만 ‘아니요’라고 답하면 여론조사에 응할 수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해 권리당원들이 권리당원 여론조사와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에 각각 응답해 중복투표한 정황이 드러나 호남 이외 지역에서도 문제가 됐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강원도선관위)는 5월 2일 D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장 E씨를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씨는 여론조사를 통한 당내 경선이 있던 4월 하순, D씨 지지 당원 894명에게 ‘권리당원 투표를 한 사람도 중복해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수 있으니 전화가 오면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여론조사에 중복 응답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원도선관위에 따르면 E씨는 4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시행된 모 정당의 기초단체장 당내 경선 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24일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결국 1인 2투표가 가능한 경선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표심을 왜곡하는 일이 선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매번 물어볼 수 없는 현실에서 표본을 추출해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추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여론조사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유권자 수가 수만 명 수준에 불과한 기초단체장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데다 응답률도 높지 않아 선거운동원이 조직적으로 ‘이중 응답’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왼쪽). 여론조사 상담원들이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DB]

적은 표본, 낮은 응답률

예를 들어 유권자 수가 5만명 수준인 호남의 모 자치단체의 경우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안심번호로 추출한 1만 명을 대상으로 5월 6일 휴대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380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유선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에서는 6960개 번호로 전화를 걸어 128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처럼 전화연결 후 응답을 완료한 사람의 여론이 전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직화된 선거운동원이 여론조사 전화를 얼마나 잘 받아 투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는 “모집단이 적은 기초단체일수록 표본추출을 잘해야 실제 민심과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그 결과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응답률의 경우 응답자와 연결된 후, 즉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 응답을 완료한 상태를 근거로 계산한다. 통화 중이거나 부재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한 경우는 응답률에서 제외함으로써 응답률이 높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원 등 여론조사에 임할 준비가 된 일부 유권자의 응답이 실제보다 더 많이 응답률에 반영돼 과포집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선거 현장에서는 ‘선거운동원보다 관련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해줄 지지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선 통과의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야당 출신 인사는 “과거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전홍보를 해주는 택시기사가 중요한 선거운동원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부동산공인중개소나 음식점 등에서 일하며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적극 응대해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선거운동원”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로 옮아간 동원경선의 폐해는 유권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진다. 권리당원을 동원해 1인 2표를 더 많이 행사토록 유도한 후보자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데도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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