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알프스의 여름, 꿈길같은 초원 하이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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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

한여름 융프라우에선 이렇듯 초원을 하이킹하며 꿈결처럼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아이거봉의 북벽(왼편) 아래로 하이킹객이 내린
 역(아이거글레처)이 보이고 그 아래로 융프라우철도의 빨간 전차가 톱오브유럽을 향해 오르고 있다. 오른편의 묀흐봉 아래를 덮은 
것은 빙하. 융프라우철도 제공
한여름 융프라우에선 이렇듯 초원을 하이킹하며 꿈결처럼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아이거봉의 북벽(왼편) 아래로 하이킹객이 내린 역(아이거글레처)이 보이고 그 아래로 융프라우철도의 빨간 전차가 톱오브유럽을 향해 오르고 있다. 오른편의 묀흐봉 아래를 덮은 것은 빙하. 융프라우철도 제공
우리 국민의 여행 추세는 이미 선진국형이다. 여러 나라를 돌기보다는 한 나라 한 장소에 머물기에 더 관심을 둠이다. 주마간산식 관광이 아니라 체험 휴식 위주의 즐기기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것인데 그런 트렌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우리 국민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여행지라 할 융프라우요흐(스위스 베른주)다. 10년 전만 해도 여긴 당일치기 코스였다. 그런데 5, 6년 전부터 1박 2일 철도패스를 끊는 이가 늘기 시작하더니만 지난해엔 평균 체류 일수가 2.5일로 조사됐다. 이곳은 사흘 일정으로도 즐기기에 충분치 않은 곳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 국민의 융프라우 지역 체류 일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 조만간 4일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거대한 고원산악에선 체류 일수를 늘린다고 여행의 한계효용이 극대화되지는 않는다. 7개에 이르는 철도·곤돌라가 곳곳의 산정과 마을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운행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도쿄 오사카 뉴욕의 여행자가 지하철 노선도를 갖고도 헤맬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날씨가 궂으면 톱오브유럽(알레치 빙하를 볼 수 있는 유럽 최고도 철도역) 대신 뮈렌이나 하르더쿨름으로 일정을 바꾼다든가 브리엔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쉬니게플라테(알파인가든)를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를 경유해 하이킹(9시간)하는 등의 나만의 독자적인 여행 루트는 이 산악관광지의 어트랙션과 교통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할 때나 가능하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산악열차와 곤돌라 연계 시스템에 대해 소개한다.

융프라우 지역: 여긴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베르너 고원의 산악지대. ‘세 자매(Three Sisters)’라 불리는 아이거(해발 3970m) 묀히(4107m) 융프라우(4158m) 세 봉을 포함해 그 밑 클라이네샤이데크(2061m)부터 호수 사이의 호반도시 인터라켄(567m)으로 이어지는 고원지대를 일컫는다. 아이거는 ‘북벽(North face)’으로 이름난 그 암봉이고 ‘융프라우요흐’는 묀히 융프라우 두 봉 사이의 낮은 안부(鞍部)다. 융프라우 지역 하이라이트이자 산악철도 최고 정점(3454m)인 ‘톱오브유럽’(Top of Europe·철도역을 겸한 전망대 및 식당 기념품상점)이 설치된 곳이다. 이곳은 ‘스핑크스(Sphinx)’라는 건물(기상관측소 겸 전망대)과 지하도로 연결돼 있다. 또 빙하동굴은 물론 건물 밖 빙하지대의 만년설공원(스노펀 파크)도 있다. 융프라우 지역은 융프라우 철도패스로 돌아본다. 패스는 사설철도·곤돌라회사(7개)의 거의 모든 노선에 통용(쉴트호른만 제외)된다. 기간별로 하루에서 6일까지 다양한데 유의할 점은 ‘톱오브유럽’만은 한 번밖에 오를 수 없음이다. 따라서 여러 날 머물 경우 쾌청한 날에 오르는 주의가 요구된다. 이 산악교통망이 커버하는 영역은 국내·국제선 열차가 당도하는 인터라켄 오스트역부터 고원산악의 모든 마을과 관광지. 빙하절벽 가장자리 뮈렌(마을·1634m)으로 가자면 라우터브루넨(796m)에서 곤돌라로 그뤼츠알프(1487m)에 오른 뒤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또 반대편 산악의 쉬니게플라테(1967m)는 인터라켄 오스트(Ost·東·567m)역에서 그린델발트행 열차로 빌더스빌로 간 뒤 전용 협궤열차로 갈아탄다.

융프라우요흐의 톱오브유럽을 곧장 오를 생각이라면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그린델발트(1034m)로 간 뒤 클라이네샤이데크(2061m)행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그런 뒤 클라이네샤이데크에서 다시 빨간색의 융프라우 철도로 갈아타야 한다. 열차는 아이거글레처(2320m)역 통과 직후부턴 계속 터널 구간으로 운행하는데 아이거 북벽과 묀히 암봉을 차례로 관통해 융프라우요흐의 암반지하 역(톱오브유럽)에서 손님을 내려준다. 오르는 데 2시간, 내려오는 데는 10분이 더 걸린다. 터널에선 아이스메어(얼음바다·3160m)역에 잠시 선다. 거기선 유리창으로 아이거 북벽의 빙하가 보인다.

철도·곤돌라 시스템: 이 지역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클라이네샤이데크와 그 양편 그린델발트·벵겐의 중심부, 그린델발트 동편의 피르스트(2168m) 산악 그리고 벵겐 마을(1274m) 서편의 뮈렌 산악. 그린델발트와 벵겐은 대표적인 산악관광마을로 각각 멘리헨 봉 아래 계곡 동서편에 각각 있다. 그린델발트는 빙하마을로 스키와 알파인 플라이어(집라인) 등 산악어트랙션이 집중된 피르스트 산악의 관문. 반면 벵겐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그린델발트와 달리 철도로만 오가는 오지. 그래도 명성과 인기가 그린델발트 못지않다. 월드컵 활강경기의 대명사인 라우버호른 대회 결승점이자 대회 참가 스타선수의 숙박지여서 대회 때마다 북적댄다. 건물도 전통 모습을 유지해 마을 분위기가 고전적이다.

피르스트 산악은 완만해 하이킹과 가족 스키어에게 인기. 아이거 북벽과 주변 산악을 배경으로 그린델발트의 마을 풍경을 감상하기에 기막힌 위치이기도 하다. 그린델발트 마을과 피르스트는 곤돌라로 오가는데 호텔 겸 레스토랑인 정상 역은 하이킹과 알파인 어트랙션의 출발점. 절벽돌출 전망대 ‘클리프 워크’, 시속 84km 하강의 ‘피르스트 플라이어’(800m·의자형 집라인)가 여기 있다. 최근엔 저속 승강 후 고속 하강하는 독수리 날개 모양의 ‘피르스트 글라이더’도 추가됐다. 플라이어 착륙장인 슈렉펠트에선 마운틴 카트(대형 세발자전거), 그 아래 보르트에선 스쿠터 바이크(자전거바퀴 킥보드)를 차례로 바꿔 타고 그린델발트로 내려간다. 알프스 초원을 다운힐하는 이 액티비티 여행은 온 가족에게 잊지 못할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한다.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는 길에 즐기는 마운틴카트 라이딩(왼쪽 사진)과 최근 추가된 피르스트 글라이더. 느린 승강 후 빠른 하강이 특징이다. summer@donga.com·융프라우철도 제공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는 길에 즐기는 마운틴카트 라이딩(왼쪽 사진)과 최근 추가된 피르스트 글라이더. 느린 승강 후 빠른 하강이 특징이다. summer@donga.com·융프라우철도 제공
융프라우에서 한여름 즐길 거리로 최고는 초원 하이킹이다. 피르스트에선 산허리로 난 길로 알프스 산경을 감상하며 암봉이 수면에 비치는 알프제(빙하호)를 다녀온다. 왕복 세 시간쯤 걸린다. 더 걸으면 쉬니게플라테까지 가는 데 편도 8, 9시간 걸린다. 톱오브유럽에서 하산길엔 아이거글레처역에서 내려 클라이네샤이데크까지 완만한 능선을 따르며 걷는다. 아이거 북벽을 등지고 걷는 특별한 체험이다. 클라이네샤이데크에서 하산 열차는 그린델발트와 벵겐 두 노선. 벵겐에선 멘리헨 정상 곤돌라를 타고 오른 뒤 그린델발트 그룬트행 곤돌라로 갈아탄다. 이때 주의할 것은 벵겐행 기차에 오르기 전 멘리헨 곤돌라 운행 중단 시각 확인. 지난해 이 지역 첫눈은 8월 초에 내렸는데 장소는 멘리헨 정상. 올해도 한 번 기대해 보자.


수영장-컬링장 등 무료이용식음료-기념품 할인혜택도

철도패스, 모르면 손해

융프라우철도패스는 다양한 보너스도 많다. 게다가 매년 새로 추가되어 왔다. 신규 보너스와 기존의 혜택을 알아본다.

신규 혜택: 지금부터 11월 25일까지. ◇호수유람선: 인터라켄 양편의 두 호수(브리엔츠, 툰) 중 한 곳에서 유람선을 한 번에 한해 왕복 탑승. 승선권 가격은 각각 54, 77스위스프랑. ◇마을버스 무료 승차(무제한) ▽인터라켄: 호수 사이 인터라켄 오스트(Ost·동) 베스트(West·서) 철도역(1.5km)을 오가는 존(Zone)80. ▽그린델발트 마을: 철도역∼피르스트 및 멘리헨 곤돌라역 운행 121∼123번 ◇스포츠센터 이용 ▽그린델발트: 7∼11월 실내풀, 아이스링크(컬링) 무료 ▽벵겐: 6월∼9월 초 야외수영장 무료, 미니골프(10월 말까지) 50% 할인. ◇플라잉 휠(전기자전거) 렌털: 4시간 및 3시간(인터라켄투어) 20% 할인 ◇펑키초콜릿클럽(공방매장): 20% 할인.

기존 혜택: ◇바우처 제공 ▽좌석예약용: 클라이네샤이데크∼톱오브유럽 구간. 10스위스프랑 가치 ▽컵라면 교환이나 현금할인(기념품 구입 혹은 파크 입장)용: 6스위스프랑 가치 ▽컵라면 교환처: 톱오브유럽 카페 바, 하르더쿨름, 피르스트 ▽기념품 숍 위치: 톱오브유럽, 피르스트 ▽파크 입장: 융프라우요흐 야외의 스노펀 ◇할인 ▽스노펀: 집라인, 눈썰매, 스키, 보드라이딩 포함 일일패스 50%. ▽액티비티: 피르스트 플라이어와 글라이더, 마운틴카트, 트로티바이크 50%씩 ◇할인쿠폰: 인터라켄 시내 두 곳 통용 ▽키르히호퍼: 시계·기념품, 10%(현금) 8%(신용카드) ◇슈 레스토랑: 퐁뒤 세트 메뉴 10스위스프랑(59→49), 식음료·초콜릿 10%.

환율: 1스위스프랑은 1081원 내외.

베르너오버란트(스위스)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스위스#융프라우#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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