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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베트남 쏠림’ 현상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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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베트남 쏠림’ 현상 경계해야

이건혁 경제부 기자 입력 2018-04-26 03:00수정 2018-05-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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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이제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회사의 핵심 인재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대기업 임원은 한국 산업계에 불고 있는 베트남 열풍의 단면을 이렇게 전했다. 해외 사업 관련해 승진이 빠르거나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는 인재 상당수는 베트남 관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 한때 유망 투자지역으로 각광받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줄고 있다. 해외기업에 대한 차별,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면서 ‘중국 시장은 불안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 임원은 “중국어 대신 베트남어를 배워둘 걸 그랬다”며 한탄했다.

정부는 연일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으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수장들도 연일 베트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에 477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다. 수출 증가율이 46.3%에 이른다. 베트남 경제도 호황이다. 지난해 성장률 6.8%에 올해도 6%대 중반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현재 추세라면 2020년 베트남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위 수출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베트남 한류도 있다. 베트남의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지휘한 박항서 감독의 성공으로 ‘박항서 신드롬’이 불면서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은 현지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사들도 현지화에 성공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과의 각종 협력사업 및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소식이 늘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진출이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부르며 공을 들였지만 사드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뒤 지금까지도 100% 회복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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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에 우호적인 베트남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올해 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의 영세 섬유업체들이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거나 야반도주했다는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라는 민감한 이슈도 수면 아래에 있다. 베트남에서 반한 감정이 피어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

향후 한-베트남 관계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 관계자는 “정치 경제 등 베트남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했다. 당장의 베트남 진출 성공에 취해있기보다 앞으로 한국이 겪게 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베트남#박항서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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