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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스승의 날’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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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스승의 날’이 싫어서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8-04-26 03:00수정 2018-04-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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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순원은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에 나갈 때마다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풀 죽은 제자에게 담임교사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같은 나무에도 먼저 피는 꽃이 있고 나중 피는 꽃이 있더라. 일찍 피는 꽃이 눈길은 더 끌지만 선생님 보기엔 큰 열매를 맺는 꽃들은 늘 더 많이 준비를 하고 뒤에 피는 거란다.”

▷영화 ‘뮤직 오브 하트’는 뉴욕 할렘가 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취직한 로버타 과스파리의 실화를 담은 작품. 그는 클래식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빈민가 아이들에게 13년 동안 바이올린을 가르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불어넣는다. 다리가 불편한 제자에게 그는 말한다. 다리로만 일어설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강하면 설 수 있다고. 진정한 스승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적’을 만드는 의사들이다. 헬렌 켈러를 절망에서 끌어올린 앤 설리번처럼.

▷선생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2007년 초중고교생의 희망직업 조사가 시작된 이래 교사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자긍심보다 상실감과 무력감을 호소한다. ‘스승의 날’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최근 한 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교육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교사들은 개혁의 주체는커녕 늘 개혁의 대상으로 취급받았다”고 탄식했다.

▷청원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이 뜨겁다. 스승의 날에 되레 죄인 취급 받는 게 싫다는 이유다. 학생인권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교권침해는 매년 늘고, 교사가 빠진 국가교육회의처럼 ‘교사 패싱’에 대한 분노도 녹아있을 터다. 그뿐인가.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학생대표만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선생님이 되는 것은 최고의 특권,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란 말이 무색해진 현실, 그럼에도 이 땅 어디선가 제자의 가슴에 희망과 사랑, 용기를 심어주는 모든 선생님들께 마음의 꽃다발을 바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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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학생인권#교권침해#국가교육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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