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장기기증자 위해 천도재… 상처있는 영혼들 극락 가게 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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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포교당 대광명사 목종 스님

“처음에는 ‘우리 스님은 이상한 스님’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쓸데없이 돈도 많이 드는 천도재(薦度齋) 행사를 한다고요.”

최근 부산의 도심포교당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 스님(57) 말이다. 그날 오후에도 스님은 몇몇 신도와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를 정성스럽게 지낸 뒤였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불교의식으로 치르는 것.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찰의 천도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인 만큼 당연히 사찰 부담이다.

이곳 안내판에는 천도재 일정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무연고 고독사 경우뿐 아니라 장기 기증자, 6·25 민간인 희생자,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의학실험 등으로 희생된 생명체….

스님이 무연고자 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기기증을 돕는 생명나눔실천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뇌사 판정에 참여하고 기증자 가족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부산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 스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 다르지 않다. 함께 고통을 딛고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산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 스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 다르지 않다. 함께 고통을 딛고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장기를 받는 쪽에서는 새 생명을 받는 희망이 컸지만 기증하는 가족 분위기는 복잡했어요. 착하고 좋은 뜻으로 누르고 있지만 상실감도 컸습니다. 장기기증 코디네이터와 얘기해 보니 ‘내 장기를 돌려 달라’는 악몽을 꾸는 이식자들도 있었고요.”

종교단체의 사회봉사 활동이 무료 급식과 재활 등에 집중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스님은 “이웃 돕는 것은 저 말고도 많이 하고, 정부가 틈새는 있어도 웬만한 일은 다 하더라”며 “남이 하지 않는 영혼과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18일 개원 9주년을 맞은 대광명사는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란 염원으로 설립됐으며,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에 ‘지금선원’을 열었다. 도심 포교에 관한 동료 스님들의 질문이 많은 편이다. “세 가지인데 먼저 무조건 줘라. 주는 것이죠. 줄 게 없으면 웃음과 따뜻한 말을 건네라. 또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열정이죠.”

BTN(불교텔레비전)의 프로그램 ‘가피’를 진행하는 목종 스님은 지난해 법문을 모은 책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담앤북스)을 출간했다. 그가 말하는 부처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고통을 딛고서 즐거움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누려야 하는 가치입니다. 천당이나 복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나눔으로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도재#목종 스님#대광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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