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총수일가 자택서 미신고 수입명품들 나와… 소환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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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국토부-경찰 동시다발 조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사과문을 내고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물론이고 큰딸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차 떠난 뒤 손 흔들기’란 지적이 많다. 조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조사는 국민들의 공분 속에 이미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경영 행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세관 조사국 소속 조사관 30여 명은 2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진그룹 조 회장, 장녀 조 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집 등 거주지 3곳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관세당국이 주요 그룹 총수 일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무는 조 회장과 함께 살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5년 치 신용카드 해외 사용 명세를 조사해 오다 혐의점을 잡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신용카드 해외 사용 명세에는 있지만 관세 신고는 하지 않았던 명품 상당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관세 포탈이다.

관세청은 또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직원과 내부 시스템을 악용해 해외에서 물건을 산 뒤 국내로 밀반입했다는 제보와 증언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산 명품이나 가구 등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한 뒤 직원들을 동원해 들여왔다는 것이다. 사치품을 밀반입하기 위해 사내에 수하물 전담팀까지 뒀다는 증언도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총수 일가와 대한항공이라는 거대 기업이 조직적으로 밀수를 한 셈이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포탈 세액의 10배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명세 △실제로 관세청에 신고한 물품 명세 △관세당국에 신고되지 않았는데 자택에 있던 물품 등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대조 결과 신고에서 누락된 물품들이 확인되면 총수 일가를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사나 대한항공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대한항공 본사, 광고대행사 A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회의 당시 녹음파일,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조만간 조 전무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감사관실은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0∼2016년 국적항공사인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활동했던 사실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국적항공사 임원에 포함돼 있을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에 결격 사유로 본다. 국토부는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고 사업 범위 변경 승인 등을 내줬다.

직원들은 “조 전무가 외국인이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무가 대외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표시한 점 등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이 불법 재직을 묵인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직원들의 업무 태만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검찰 수사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조 회장 일가의 관세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관세청 직원들이 묵인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관세청은 “감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해명자료를 내고 “세관 공무원 회식 자리에서 조 회장 명의의 고급 양주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 회장의 지시로 양주 수십 병을 기내에 반입하고 외부에 선물로 준 적도 없다”고 했다.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 / 세종=김준일 /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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