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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론조작 난장 벌여 민주주의 위협하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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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론조작 난장 벌여 민주주의 위협하는 네이버

동아일보입력 2018-04-21 00:00수정 2018-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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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인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가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방치한 네이버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는 지난해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뉴스와 댓글로 사용자를 자사 사이트에 오래 붙잡아 광고 단가를 올리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든 덕분이다. 그런데 네이버의 효자 사업모델인 댓글이 여론 조작의 난장(亂場)으로 변질돼 민주적인 정치 의사 결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한 네이버는 201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십자군 알바단’(십알단), 국가정보원 댓글 개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댓글 전쟁’을 부추겨 왔다. 최신 댓글을 가장 상단에 노출하는 기존 방식 대신 2013년에는 공감과 비공감을 선택하는 호감순 방식까지 도입했다. 공감자가 많으면 상단에 노출되다 보니 특정 이슈에 대한 열성 지지자나 반대자가 공감 혹은 비공감을 반복적으로 눌러 댓글 순위를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댓글이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이용되기보다 누군가 특정 뉴스를 지목하는, 이른바 ‘좌표’를 찍으면 조직적인 세력이 ‘화력’을 집중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비공감을 누르도록 조장하는 여론 왜곡의 난장판이 돼 버렸다. 드루킹 같은 인물이 같은 명령을 반복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댓글 순위를 조작했지만 네이버는 막지 못했거나 혹은 방치했다.

정치 분야뿐이 아니다. 상품이나 음식점, 병원 등의 홍보 마케팅에서도 소비자를 가장한 댓글 조작은 일상화됐다. 1만 원만 내면 댓글 300개에 공감 100개를 제공한다는 이른바 언더마케터들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다. 조작된 댓글이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돼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검색엔진인 구글은 물론 중국의 바이두 등은 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사용해 자사 사이트 내에 댓글이 없다. 네이버처럼 자신의 사이트에서 모든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고집하며 댓글 기능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더구나 네이버 댓글은 이미 소수가 주도하는 공간으로 변질됐다. 댓글 통계 시스템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18일 하루 동안 네이버에는 3882건의 기사에 대해 11만3340명이 29만4316개의 댓글을 달았다. 네이버뉴스 하루 평균 이용자 1300만 명 중 0.87%의 소수가 여론을 주도하는 댓글을 작성했다는 뜻이다.

뉴스와 댓글로 사실상의 언론 역할을 하고 있는 네이버는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는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여론 조작의 놀이터를 제공하고도 건재하다. 이미 국회에서 포털의 인링크 방식의 뉴스 제공을 차단하고 여론 조작이 가능한 댓글 시스템의 개편도 유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네이버는 이번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땜질식 처방 대신 댓글 시스템 자체를 포기하는 등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적’이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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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여론 조작#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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