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60억 마리 ‘쑥쑥’, 中 최대 바퀴벌레 사육장…“유출되면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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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2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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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Pixabay)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Pixabay)
한해 바퀴벌레 60억 마리를 길러내는 중국 최대 ‘바퀴벌레 사육장’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집중 조명했다.

SCMP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四川省) 시창시(西昌市)에 있는 이 사육장은 AI(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바퀴벌레들을 기른다.

사육장은 1년 내내 따뜻하며 습하고 어둡다. 층층이 길고 좁은 선반이 있는데, 선반에는 먹이와 물이 담긴 상자가 줄지어 있다. 바퀴벌레들은 사육장 안에서 먹을 것을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사육장은 감옥처럼 완전히 봉인, 사람의 접근은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곳의 바퀴벌레들은 부화해서 죽을 때까지 햇빛을 볼 수 없다.

중국에는 바퀴벌레 사육 시설이 많은 편이다. 생산한 바퀴벌레는 가축 사료용 단백질 원료 또는 의약품 성분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어떤 곳도 이곳 사육장의 생산량에는 비할 수 없다. 쓰촨성 당국은 이 사육장에서 1㎡당 2만8000마리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시창시 사육장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바퀴벌레를 효율적으로 기르기 위해 습도·온도 조절 및 식량 공급 등 관련 빅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유전적 변이가 바퀴벌레 생산량에 끼치는 영향도 관찰한다.

정부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사육장 바퀴벌레는 대부분 약의 재료로 쓴다. 연간 43억 위안(약 7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현지에서는 바퀴벌레를 이용해 만든 시럽 약(100㎖) 2병이 든 한 팩을 50위안(약 8500원)에 판매한다. 일부 호흡기 질환, 위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처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바퀴벌레를 수천 년 동안 약재로 써 왔다. 중국 남부의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어린이가 복통이나 발열을 호소할 때 마늘과 바퀴벌레 가루를 섞어 먹이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바퀴벌레를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2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들여왔다.

한 연구원은 “해당 시럽 약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특정 증상에 잘 듣는다는 것이 확인돼 많은 병원에 대량으로 공급돼왔다”고 전했다.

환자들 대부분은 이 약의 재료 중 일부가 바퀴벌레라는 사실을 모른다. 약의 포장지에 적힌 재료를 보면 ‘Periplaneta americana(미국산 바퀴벌레 종 중 하나)’라는 라틴어 표기만 있을 뿐이다.

한편 한 곤충 진화 연구 전문가는 매체에 “(사육장의) 바퀴벌레 수십억 마리가 사람의 실수나 자연재해 등으로 유출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창시에는 주민 8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사육장은 시창시의 칭산 공항하고도 가깝다. 이 전문가는 “실수로 인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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