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구속은 정치 보복”… 블로그 글 하나씩 공개하며 靑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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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파문]구속 사흘뒤 경공모 회원에 편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김 씨는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직후 온라인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속을 강조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폐쇄했던 블로그를 차례로 공개한 건 그의 변호인으로 전해졌다. 블로그 재공개는 사건이 알려지고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던 시점이다. 이를 놓고 김 씨가 경공모 내부뿐 아니라 여권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내부 결속 다지고… “여권에 저항”

김 씨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건 지난달 28일로 알려졌다. 구속 사흘 후다. 이 편지는 한 회원이 전달받아 소수의 다른 회원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 편지에서 이번 수사를 ‘정치적 보복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 “저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집행유예를 목표로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저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신이 접촉했던 국회의원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소송비용 모금과 함께 ‘산채’ 지원을 요청했다. 산채는 느릅나무 출판사가 있는 경기 파주시 사무실을 일컫는다. ‘텔방’(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소통하며 뭉쳐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김 씨의 편지는 내부 결속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자신의 구속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회원들에게 계속 믿음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 씨가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3일 언론 보도로 처음 사건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 씨와 관련된 블로그와 카페 등이 일제히 폐쇄된 건 하루 뒤인 14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와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등이 모두 비공개로 바뀌었다.

그러나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청와대가 잇달아 해명에 나서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16일 오후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17일 오후에 ‘경인선’이 차례로 공개됐다. 블로그 재공개는 김 씨의 변호인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씨 자신의 뜻으로 보인다. 김 씨 변호인은 일부 언론에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재미있는 글이 많다”는 내용을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든 글이 일제히 공개로 바뀐 것은 아니다. 경인선 블로그의 경우 2016년 12월 6일 등록했던 ‘국민 선플단 프로젝트란?’ 글은 여전히 비공개다. 여기에는 “민주 세력 집권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악의적으로 편파적으로 가짜 여론을 생성 유통하는 인터넷상의 ‘악플들’을 국민의 진짜 목소리로 정화하는 것” 같은 내용이 있다.

반면 지난해 8월 1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올렸던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고 싶어하셨던 이유, Cheer Up!’이라는 글은 공개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장에 참가한 경인선 회원들의 모습과 김 여사가 “경인선에 가야지”라고 말하는 동영상도 있다.

김 씨 측이 블로그 게시물을 선별적으로 공개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성 또는 압박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 자금 유치용”

경공모의 최상위 등급인 ‘우주’ 회원 A 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강연하는 걸 직접 들었다”며 “김 씨가 경공모 회비로 정치인들에게 강연료 수백만 원을 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4년 6월 서울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노 원내대표 측은 “2014년 6월에 단 한 번 강의했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이 와서 방대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며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여서 당시 강연을 많이 다녔다”고 해명했다.

A 씨는 김 씨가 경공모 고문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앉히려 했던 것은 경제적 공진화를 위해 일본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신뢰받을 수 있는 ‘간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올해나 내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가 물에 잠길 거라고 예언하며 그 후 일본 기업들의 자금을 한국으로 대거 끌어오는 방안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김경수 의원을 통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한 인물이 경공모 회원인 변호사 B 씨(46)인 사실도 확인됐다. B 씨는 경공모 고문변호사 역할을 맡아온 핵심 인사로 전해졌다. B 씨는 평소 김 씨의 법률 자문에 응해주긴 했지만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변호를 맡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대 동문인 B 씨와 김 의원이 평소 가까운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조응형 기자
#드루킹#여론조작#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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