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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이슈] 아동보호, 정책은 있으나 인프라·예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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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이슈] 아동보호, 정책은 있으나 인프라·예산이 없다?

황태훈기자 입력 2018-04-17 16:18수정 2018-04-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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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 정책은 있는데 실체(인프라, 예산)가 없다.”
“아동학대 대응은 뇌수술보다도 어렵다.”

지난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린 ‘아동보호체계의 진단과 개선과제’ 좌담회에선 아동 학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복지 전공 학자들과 관계자들은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 대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과 예산 지원 은 절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은 아동 보호에 미흡했다. 올해 초 고준희 실종아동 사망사건을 비롯해 광주 3남매 화재사건, 군인 외삼촌의 학대사망사건 등이 충격을 줬다. ‘2016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사망한 아동은 66명이나 된다.

이날 좌담회에선 서울대 이봉주, 가톨릭대 이상균, 서울여대 김진석 교수(이상 사회복지학), 명지대 우석진 교수(경제학),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김봉겸 보좌관, 임광묵 전남중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참석해 아동보호의 현실과 전망을 논의했다.

임 관장은 “정부가 아동보호대책을 내놓는 등 국가의 공적책임을 강화한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에 걸맞은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적어 한 명이 3시간 넘는 거리의 시군구까지 맡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족보조 공공지출 규모 1.3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43%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지출 규모 1위인 영국(3.95%)에 비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GDP 대비 아동학대비용을 산출한 결과 한국은 연간 최소 0.03%에서 최대 5.10%(4000억~76조 원)나 된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반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동보호 재정은 200억 원에 불과하다. 우 교수는 “가족의 사회 안정성과 행복감을 회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3만4221건. 올해 3월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도입돼 신고건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팍팍하다. 아동복지법에 ‘모든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2개소에 불과하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뒤에도 8개소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아동은 무려 6360명에 이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상담원 한 명이 담당하는 1820명에 3.5배에 이르는 수치다. 임 관장은 현장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동보호 대책이 거의 매년 발표되지만 현장에서 이를 수행할 인력은 절대부족한 상태다. 그나마 전문인력도 고된 업무에 그만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장기 대책보다 단기적 미봉책만 나오고 있어 답답하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이봉주 교수는 한국이 아동 학대와 관련한 법률 시스템은 갖췄지만 서비스 부분은 미흡하다고 밝혔다. ‘국제아동학대와방임예방학회(ISPCAN)’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법률, 신고 분야는 2.25점, 2.38점(3점 만점)인 반면 부모와 아동 서비스는 각각 0.8점, 1.0점에 그쳤다. 조사대상 60여개국 중 각각 38, 48위에 머물렀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선 민간, 공공 분야의 아동보호 서비스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 보좌관은 “아동보호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이곳저곳 나눠져 기금으로 편성되어 있는 아동보호예산을 국가의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게 폭력을 당하는 아동이 많을 거라는 점이다. 아동 1000명 당 신고사례에서 한국은 3.4‰로 미국(55.2‰)에 비해 매우 낮다. 이상균 교수는 “국내에서 피해아동을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피해신고 못지않게 아동학대 위험도에 따라 가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등대응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국처럼 피해아동의 분리보호에 사법 체계 의존도를 높이는 것보다 차등대응 접근과 복지행정 체계 중심으로 아동보호체계를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석 교수는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가족관계를 보면 부모가 생존한 경우가 41.2%, 미혼모 및 혼외 9.2%, 재 혼가족 5.5% 순이었다. 특히 부모 가출(36.1%), 경제적 어려움(26.2%) 등 보호대상 아동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 위기 등 가족기능이 약화되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이 빚어 진 셈이다.

이상균 교수는 “아동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선 인력 강화와 예산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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