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식 위법, 사퇴로 끝낼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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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식 질의한 4가지 중 ‘5000만 원 셀프 기부’에 대해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남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 원을 자신이 속한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낸 것은 기존 회비 수준을 현저히 초과한 금전 제공이라 기부행위를 제한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를 마친 뒤 이 모임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유급 소장을 맡아 ‘셀프 기부’ 의혹을 받아 왔다.

선관위는 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실제 위법 여부는 출장의 목적과 지원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선관위의 판단 직후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위법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 원장이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 수장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중성의 민낯을 드러낸 김 원장은 심판관으로서의 신뢰를 이미 잃었는데도 청와대는 끝끝내 버티다가 결국 선관위에 공을 넘겨 버렸다. 선관위 위법 판정 뒤에는 “후원금에 대해서는 민정 쪽에서 검증 당시에 그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이 2016년 ‘셀프 기부’에 앞서 선관위에 질의했고 당시에도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재검증을 하면서도 이 사안을 파악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코드 인사에 집착할 때 얼마나 객관적인 판단력을 잃게 되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시민단체 프리패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청와대가 시민단체 출신의 인사 검증에 물렁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부실 검증의 1차 책임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인사 라인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편’끼리 추천하고 검증하고 옹호해 주는 코드 인사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을 수 있는지를 명심하고, 인사 실패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김기식 금융감독원장#더좋은미래#조국 민정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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