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문재인 대통령에 을질 당하는건 올해까지만” 선동 채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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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파문]온라인 정치공세 행적
올해초 ‘경공모’ 카페서 여론몰이, “거짓말 김경수 날려줘야죠” 글도
인사청탁 거부당하자 공격 나서… 2009년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특정 정치인 콕집어 비난 유명, “의원들 표적 안 되려 신경 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 날려줘야죠.”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모 씨(49)가 올해 초 자신이 주도해 결성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 회원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김 씨는 채팅방에 “우리가 1년 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계를 맺은 건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며 “두어 번 부탁을 한 게 우리 회원 분들을 일본대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김 의원은) 분명히 외교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돼서 못 준다고 했다”며 “외교경력 없는 ‘친문(재인)’ 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받으면 그때는 도망갈 데가 없겠죠”라고 적었다.

댓글 조작을 주도한 ‘드루킹’ 김모 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김 의원에게 주일대사 인사 청탁 사실을 밝히며 이를 거절한 김 의원에 대해 “날려줘야죠”라고 적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댓글 조작을 주도한 ‘드루킹’ 김모 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김 의원에게 주일대사 인사 청탁 사실을 밝히며 이를 거절한 김 의원에 대해 “날려줘야죠”라고 적었다. K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실제로 오사카 주재 총영사로 한겨레신문 출신인 오태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임명되자 김 의원을 공격하자고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한테 ‘을(乙)질’ 당하는 건 올해까지만 합시다”라고도 했다. 이어 메시지를 보내 올 초 비트코인 등 암호화 화폐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혼선을 비판한 기사 링크를 올린 뒤 “여기에 가서 ‘악플’에 추천, ‘선플’에 비추(천)를 눌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드루킹의 이 같은 활동상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드루킹이 김 의원을 정권 실세로 판단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14일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이라는 분이 직접 찾아와 인사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했고,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인 드루킹은 2005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다. 당시 그는 한 중소기업의 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9, 2010년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명성을 얻었다. 주식투자자로 활동하며 ‘드루킹의 차트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후 정치와 시사 분야로 온라인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 2012년 10월 당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를 향해 “안철수가 문재인과 결합하는 것은 MB의 부활”이라고 주장한 글도 올렸다. 이 주장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안철수 MB 아바타설’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2014년 김 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개 카페 운영을 시작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씨는) 특정 정치인을 콕 집어 비판하기로 유명했다. 팔로어가 많아 그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의원실이 신경 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나도 지난해 이 사람으로부터 음해공격을 받았다.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舊)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도 14일 “(드루킹이) 온갖 ‘카더라’ 정보를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고 나를 음해하는 글을 게시해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 믿고 나에게 댓글로 욕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권기범 기자


#문재인 대통령#드루킹#김경수 의원#댓글 여론조작 파문#온라인 정치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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