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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로마에 반한 심리학자, 여행비 모으려 性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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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로마에 반한 심리학자, 여행비 모으려 性 상담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입력 2018-04-09 03:00수정 2018-04-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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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프로이트의 이탈리아 여행
여행을 통해 새 삶을 찾은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로마를 매우 사랑해, 수시로 로마 지도를 보며 추억을 되새겼다. 사진은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동아일보DB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파리와 함께 19세기 유럽 문화·경제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76년을 살았다. 하지만 그에게 빈은 그리운 고향이자 ‘구역질 나는 감옥’이었다. 중학 때부터 수석을 도맡았고 파리 유학도 다녀왔지만 가난한 유대인이었기에 차별에 시달렸다. 교수직을 얻지 못해 의사로 개업한 그는 여섯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늘 생계를 걱정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꿈꿨지만 여행 공포증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는 자기 심리 분석을 통해 두려움의 원인을 찾아낸다. 철도여행 전문가였던 남동생의 도움으로 마흔 무렵 시도한 첫 이탈리아 여행은 그를 구원했다. ‘세상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의무가 나를 지탱시켜 준다’는 신념으로 1895년부터 1923년까지 거의 매년 여름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를 자주 찾았고 특히 폼페이 유적지, 그리스 아테네 신전,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에 매혹됐다. 로마에 대한 상사병이 깊어져 늘 로마 지도를 보고 현지 골동품 수집과 감상에 집착했다.

‘매년 이탈리아 여행을 위해서라도 부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빈의 상류층 여성들을 주로 진료했다. 상담실 파우치에 누운 귀부인들의 성적 욕망과 내밀한 고민을 들어준 대가는 달콤했다. 환자 사례를 분석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고 하루 상담료가 이탈리아 2주 여행비를 충당할 정도였기에 살림살이도 확 폈다.

이탈리아 유적지를 다니며 지적 자극을 받은 그는 ‘꿈의 해석’(1899년),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1901년),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1905년) 등을 써낸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건진 퍼즐 조각을 맞춰 정신의 지도를 그리는 그에게 심리학은 유적을 발굴해 과거를 복원하는 고고학과 유사했다. 실제로 그는 신화와 고고학 책을 비롯해 셜록 홈스 시리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탐닉했다.

20세기는 프로이트의 시대였다. 빈 대학 교수직을 얻었고, 그의 명성은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퍼진다. 세계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고 부자들이 빈으로 찾아왔다. “내게 돈은 웃음을 유발하는 가스와도 같다”던 그는 이재에도 밝았다.

1923년 구강암 진단 후 33번의 수술을 받았던 그는 죽음도 철저히 준비했다. 총명한 막내딸 안나를 일찌감치 영국 유학을 보내 자신의 저서를 영어로 번역하게 했다. 숨지기 1년 전 가족과 런던으로 망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프로이트 심리학은 서구 학계를 장악한 유대인 네트워크를 타고 런던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가 전성기를 구가한다.

욕망의 세계를 탐험하고 심리학의 영토를 확장한 영혼의 지리학자, 프로이트! 하지만 상담실만 맴돈 여성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환자들에게 지도를 건네며 행복한 여행을 처방했다면 수입은 좀 줄더라도 특별한 명의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지크문트 프로이트#이탈리아 유적지#꿈의 해석#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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